2024년 11월 22일(금)

"사회가 바로 가도록 도와달라"…이국종 교수가 언론에 던진 간곡한 호소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북한에서 귀순한 병사를 치료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본분을 잊은 언론과 기자들에게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22일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 아주홀에서 열린 2차 브리핑에서 귀순병 오모씨에 대한 상태를 간단히 설명한 뒤 이러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이 교수는 "귀순병이 다치고 나서 주한 미8군의 헬기가 환자를 이송하는 데 정확히 30분 걸렸다"며 "환자가 우리 병원에 도착해 응급 처치를 마치고 수술방에 들어가는 데 또 30분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게 제가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 배웠던 스탠다드(표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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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교수는 기자들에게 한탄과 비슷한 말을 남겼다.


"저는 기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연 그는 "대한민국의 중증외상센터는 결코 아주대병원이나 의료계에서 만든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저는 정책을 만들지 못하는 말단 노동자"라며 "저는 정책의 도구로서 위에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주는데 까지만 일할 수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현재의 중증외상센터 역시 기자와 언론이 여론을 환기하고, 정치권에서 결정을 해주고, 관료들이 움직였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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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넘어온 북한 군인이, 이제 대한민국의 청년이"라면서 "한국에서 살며 기대하는 삶의 모습은 자기가 다쳤을 때 골든아워 내에 중증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이 청년이 앞으로 한국에 살다가 사고가 났는데, 지금 한국의 현실처럼 환자가 갈 데가 없다면 이 사람이 넘어온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호소했다.


고위 관료나 정치인, 언론인 등이 가진 일명 '끈'이 없는 사람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나라는 바로 그런 나라"라며 그 역할을 해줘야 할 책임자로 기자들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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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러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사람이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이라 생각한다"면서 "제가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중증외상센터와 보건복지부 등의 정책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갈 데까지 가보자고 버티는 게 우리 팀원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진정성 있게 어프로치(접근)하지 않고 '환자 깼나요', '무슨 얘기하나요' 이런 데 에너지 쓰는 것보다는 사회가 바로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인사이트김종대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한편 이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논란이 된 김종대 의원의 '의료법 위반' 발언과 관련해 "이 상황까지 온 것에 자괴감이 든다"며 "외과 의사들은 환자들을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교수가 '기생충'과 '분변', '옥수수' 등을 언급한 것을 비판하며 "심각한 인격 테러"라고 지적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석해균 선장 치료비도 못 받았는데 귀순병 치료에 '1억' 쓴 이국종 교수귀순병 치료에 '1억원'을 쓴 이국종 교수의 아주대병원이 과거 석해균 선장 진료비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이국종 교수, 귀순 병사 인권 테러에 의료법 위반 우려"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이국종 교수가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치료 및 회복 과정을 공개한 것에 대해 거듭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