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캄캄한 새벽, 쓰레기 수거작업에 나선 환경미화원이 미처 후진하는 청소차를 피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근무'에 사고로 숨지는 환경미화원이 늘면서 이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6시 40분께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도로에서 환경미화원 서모(59)씨가 쓰레기 수거차 뒷바퀴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수거차 안에는 동료 1명이 타고 있었다. 경찰은 "수거차 운전자 김모씨가 서씨가 뒤에 차량 뒤에 탄 줄 알고 후진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새벽녘 환경미화원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5일 광주 북구에서도 환경미화원 안모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그는 청각장애 3급이었으며 쓰레기를 수거하다 이 같은 변을 당했다.
당시 정의당 광주시당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운전원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새벽노동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각종 재해로 사망해 산재 신청을 낸 환경미화원은 27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신체 사고 재해도 766건이었다.
대부분의 환경미화원은 행인이 오가지 않는 밤늦게부터 새벽녘에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한다.
일을 늦게 시작하면 출근길에 방해가 되고, 쓰레기 수거도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오후 2~3시까지인 쓰레기처리장 반입시간에 맞추려면 새벽 근무는 필수다.
환경미화원들이 새벽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환경미화원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편한 시선이다.
쓰레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표정을 찡그리거나 심지어 "냄새난다", "더럽다", "사람 없을 때 해라" 등 욕설 섞인 비난을 퍼붓는 시민들도 있다.
여기에 1998년부터 예산 절감을 이유로 생활쓰레기처리 업무가 민간업체에 위탁되면서, 환경미화원들의 근무 조건이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광주에서 사망한 환경미화원 서씨, 안씨 역시 위탁업체 소속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본에선 환경미화원이 밝은 대낮에 일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후진국형 환경미화원 사고를 막기 위해 새벽근무를 줄이고 쓰레기처리 업무를 지자체에서 직접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