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사람 몸에 기생하면서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공포 스릴러물 '연가시'.
마치 현실판 '연가시'처럼 숙주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기생성 곰팡이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최근 온라인 미디어 엘리트리더스는 곤충 몸에 뿌리를 내려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기생성 생물인 '동충하초'에 대한 사실을 전했다.
동충하초(冬蟲夏草)는 이름 그대로 겨울엔 곤충으로 활동하다가 여름에 발아해 꽃을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겨울에는 동충하초 곰팡이가 곤충의 몸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감염 대상이 되는 숙주는 벌이나 개미, 잠자리, 거미 등의 절지동물이다.
일단 숙주의 몸속으로 파고든 동충하초 곰팡이는 숙주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원하는 대로 곤충을 움직이도록 통제하고 명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곤충의 행동을 조작해 적절한 먹이를 먹도록 한다.
이후 곤충이 먹은 먹이에서 영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점차 성장하는 것이다.
계절이 변해 여름이 되면 발아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곤충 밖으로 줄기가 튀어나오며 마침내 버섯이 되는데, 이것이 흔히 약용으로 쓰이는 '동충하초'인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연구진은 동충하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특이한 점 두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로 동충하초는 감염된 숙주의 행동을 조작하지만 뇌까지 침투해 판단능력을 제어하지는 않는다.
즉, 숙주인 곤충은 자신의 두뇌 혹은 신경절의 통제와는 별개로 몸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또한 동충하초균에 감염된 곤충은 버섯이 나오기 전까지는 죽어도 부패하지 않고 '미라'처럼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밝혀졌다.
한편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연가시'에서 최초로 기생충을 소재로 다루면서 연가시 등 기생 생물에 대한 공포심이 높아졌다.
동충하초와 마찬가지로 연가시의 경우에도 대개 감염 대상은 메뚜기나 여치, 사마귀 등의 곤충류다.
그러나 최근 사람에게도 기생한 사례가 미국, 브라질, 일본 등에서 보고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3년 한 77세 여성의 몸에서 발견된 바 있다.
현재까지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감염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생 생물에게 감염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