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포항에서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포항 소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대피를 미흡하게 대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오후 2시 29분께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때 포항시 북부 우현동에 위치한 포항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한창 오후 자습을 하고 있었다.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제보자 A양은 인사이트에 "5.4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기 10분 전 약한 지진을 느꼈고, 반 학생들 중 80% 정도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5.4 규모의 지진이 있기 전 2시 20분께 2.2, 2.6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A양에 따르면 교실에서 지진을 감지한 학생들은 너무 약한 지진에 밖으로 나갈지 말지 주춤거리다 대피를 위해 복도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후 자습을 감독하던 교사가 학생들에게 "반으로 들어가라"며 언성을 높였고 25명 중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반에 들어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1~2분이 지나자 학교 측은 "지진이 아니니 반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자습하라"고 방송하며 학생들의 대피를 저지했다.
학교의 지시에 교실로 돌아온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던 그때 5.4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제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나가라고 외치며 대피 경로를 만들었다.
땅이 갈라질 만큼 강진이 발생하고 나서야 학생들을 뒤늦게 대피시킨 셈이다.
A양은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조회대 위에서 마이크로 방송했고, 다른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건물 입구로 들어가지말라고 했다"고 이후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대피 과정에서 다친 학생은 없었으며,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놀라 눈물을 보인 학생들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포항중앙여고는 학생들을 상대로 지진 대피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A양은 "훈련을 받은 적은 있지만 거의 노는 시간 같았다"고 말했다.
또 "선생님들은 '자, 나가자'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저희는 설렁설렁 나가서 운동장에 모여있다가 다시 들어가고 했다"며 지진 대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번 지진 발생에서 미흡함을 보였던 학교의 대처에 A양은 "학생들이 주춤거릴 때 선생님들께서 주축이 돼 대피시키고 후에 어떻게 하라는 명확한 대책을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포항중앙여고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포항지역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하여 학교 건물의 긴급안전 진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능일인 내일(16일) 오후까지 건물 및 교실로 절대 진입할 수 없으며, 안전히 확인되는 대로 학생들에게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