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SKY 더 우대해달라"는 고대생 페북글에 '사이다' 일침 날린 누리꾼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학벌주의가 더 심해졌으면 좋겠다"는 한 명문대생의 주장에 어느 누리꾼이 날린 '시원한 한방'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지난 10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어요"로 시작하는 익명 글이 올라왔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보이는 누리꾼 A씨는 학벌주의가 더 심해져서 'SKY' 출신이 더 대접받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익명 페이지의 힘을 빌려 드러냈다.


A씨는 "요즘 아직도 학벌로 사람 따지는 경우가 있냐는 반응이 많은데 동의할 수 없다"며 "내가 어떻게 고대에 왔는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무원 시험에서 어떤 학교 이상 졸업해야 시험을 볼 수 있게 한다던가, 기업에서도 대학 순으로 자르고, 연봉도 대학순서로 정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인사이트Facebook 'koreabamboo'


자신보다 낮은 대학 출신이 더 많은 돈을 버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A씨는 "노력해서 고대에 왔으니, 과거에 노력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좀 덜 대접받아도 되지 않나 싶다"고 주장하며 글을 마쳤다.


해당 글에는 수천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A씨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 논쟁이 벌어졌으며 누리꾼 대부분은 A씨의 주장에 반박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한 누리꾼이 남긴 장문의 댓글이 5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사이다 일침'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이다 일침' 댓글을 쓴 누리꾼 B씨는 "글 제보한 사람은 정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A씨를 비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절대적으로 동일한 기회의 평등 속에서(책값, 학원비, 과외비, 불우한 가정적 환경, 공부를 할 수 없는 딱한 처지 등등이 모두 같은) 노력한 결과라면 그 논리가 어느 정도 맞을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Facebook 'koreabamboo'


그러면서 "만약 학원도 안 가고 책도 교과서만 보고 독학으로만 노력해서 왔으니 대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라면, 그나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단 것에 감사해라"고 따끔히 충고했다.


또한 "공부할 여건이 아니었는데 스스로 아르바이트하며 책값도 벌고 시간 쪼개서 공부도 해온 사람이라면, 몸이 안 좋아서 공부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는 걸 생각해봐라"고 타일렀다.


"인생은 야구처럼 쓰리아웃으로 망하면 안 된다"고 비유한 그는 "모든 사람의 인생엔 끝없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면서 청소년기에서 결정 난 '공부' 하나로만 세상을 바라보려는 A씨를 비판하며 글을 마쳤다.


해당 댓글을 본 누리꾼들은 "필력에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댓글 쓴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게시글 보고 열 받았다가 댓글 보고 치유됐다" 등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학벌주의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7%가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이 존재한다'고 인식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 부담감과 압박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왕왕 발생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8~19세에 수능이란 시험 하나로 결정되는 학벌로 나머지 인생이 판가름 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병폐에 대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점차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예로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학벌과 학점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지난해 국회에서는 '학력·출신학교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불합리한 학벌주의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우리 사회가 능력 중심의 분위기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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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