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지하철 임신부 배려석에 정작 임신부가 앉지 못하는 문제가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임신부 배지를 달고서도 배려석에 앉지 못해 서서 가야 했던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여성 A씨는 임신을 한 상태에서 가방에 '임신부'임을 알리는 '배지'를 달고 지하철을 탔다.
그녀는 만석인 지하철에서 자연스레 임신부 배려석으로 향했지만 그 자리는 이미 남성 B씨가 차지하고 있었다.
B씨는 A씨와 눈도 마주치고 배지도 봤지만 조용히 책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출퇴근길에는 지하철 내부가 혼잡할 때가 많아 정중히 임신부 배려석을 양보해줄 것을 부탁한다는 A씨.
하지만 B씨가 배지를 보고도 일부러 외면한 느낌을 받은 A씨는 결국 양보를 부탁하지 못하고 선채로 이동해야 했다.
A씨는 임신부 배지가 달린 자신의 가방과 배려석에 앉아있는 남성의 다리가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이럴 거면 임신부 배려석 그냥 없애라"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해당 사연을 본 일부 누리꾼들은 "임신부 배려석에 앉는 것은 상관없지만 임신부가 등장하면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도리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무가 아니다, 그리고 임신부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우니 힘들면 양보해달라고 대놓고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임신부의 60.2%가 '(대중교통 등에서)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전히 임신부 10명 중 4명은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임신부를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유 역시 대부분 '고의'는 아니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설문에서 임신부를 배려하지 못한 이유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임신부인지 몰라서'(49.4%), '방법을 몰라서'(24.6%)가 차지했다.
한편, 지난 2013년부터 지하철에 설치된 '임신부 배려석'은 열차 칸마다 두 개씩 마련돼 있다.
이는 전체 좌석의 5% 가량이다.
임신부 배려석은 몸이 무겁거나 힘든 임신부가 먼저 앉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