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속도 모르는 내 친구는 친오빠가 있어서 좋겠다고 말한다.
오늘도 '현실남매'인 우리는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고 왔는데 말이다.
막상 나이 들어 보니 세상에 '아빠'만큼 의지되는 사람이 '오빠'라는 것을 깨닫지만, 학생 때는 이래저래 거슬리는 일만 하는 오빠에게 '짜증'만 날뿐이다.
나보다 늦게 태어났다면 한 대 '꿀밤'이라도 날리고 싶은 친오빠에게 '짜증'이 솟구치는 순간들을 모아봤다.
1. '컴퓨터' 켜지도 않았는데 고장 났다고 짜증 낼 때
집에 컴퓨터가 1대뿐인 가정은 '남매' 사이에 싸움이 마를 날이 없다.
대부분은 친오빠가 컴퓨터를 독점하다시피 하지만 가끔 여동생이 컴퓨터를 쓰는 날이면 친오빠의 예민함은 끝을 달린다.
컴퓨터에 이상한 게 깔렸다고 짜증, 바이러스 걸렸다고 짜증. 차라리 컴퓨터를 켜지 않는 게 마음 편하다.
2. TV 채널 자기 마음대로 돌릴 때
드라마에 푹 빠져있는 나를 보고도 리모컨을 들고 스포츠 채널을 돌리는 오빠가 너무 얄밉다.
채널 가지고 오빠와 피 터지게 싸우다 보면 어김없이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온다.
3. 사다 놓은 군것질거리 몰래 훔쳐먹었을 때
내가 숨겨놓은 군것질거리는 귀신같이 알고 훔쳐 먹는다.
나에겐 사탕 하나 사준 적도 없으면서 있는 것도 거동 낼 때 미간의 주름이 깊게 잡힌다.
4. 이유 없이 자기 심부름시킬 때
오빠라는 이유로 나에게 주어지는 심부름이 너무 많다.
싫다고 짜증 내면 "맞고 갈래 그냥 갈래"라는 무식한 협박을 들이미는 오빠를 보면 격하게 싸우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5. 싸울 때 '오빠'라고 안 했다고 짜증 낼 때
서열에 예민한 오빠는 싸울 때도 '오빠'를 강요한다.
여동생은 씩씩거리며 입을 내밀다가도 '오빠 니가'라는 색다른 호칭을 만들어 내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