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우) 최양하 한샘 회장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몰카, 강간, 성추행' 한샘 성폭행 피해자가 입사 후 4개월 동안 겪은 일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보다 높은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짓밟아 정신적, 신체적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회사 측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대신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으로 사건 축소 시도를 이어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에 피해자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실을 밝혀 누리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누리꾼들을 통해 확산되며 지난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샘 성폭행' 사건은 재수사 촉구와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강자에게 짓눌린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앞으로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한샘 성폭행'과 같은 권력형 성폭행 사례들을 모아봤다.
1. 2년간 유부남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 당한 부하 직원 자살 사건
YTN
지난 9월 12일 2년 동안 성희롱으로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직장 상사가 퇴직 후 광주의 한 대학교 교수가 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가 목숨을 끊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근무하던 A 씨는 상사였던 B 씨에게 2013년부터 2015년 중순까지 지속적인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렸다.
B 씨는 A 씨에게 "내가 자자고 하면 잘 거냐", "남자친구랑 어디까지 갔냐"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A 씨의 대학원 진학과 무기직 전환을 빌미로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강요하거나 사적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
YTN
A 씨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작성한 사직서를 발견한 B 씨는 사직 이유를 추궁했다.
"감사실에 말할 것이다"라는 A 씨의 발언에 B 씨는 "말하려면 해봐라 앞으로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힘들고 사회생활에 문제 될 거다"라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YTN
이후로도 지속된 성희롱으로 A 씨는 회사에 해당 사실을 알렸으나 징계위원회를 열기 전 B 씨가 자진 사임하면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9월 29일 이 사건에 대해 유족은 고소장을 접수했다.
B 씨는 인사이트 와의 통화에서 "A 씨와 2015년 퇴사 이후 만난 적도 없고 관련도 없었다"며 "사망 이유도 알지 못해 황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2. 농협 간부 13년간 부하 직원 20여명 성추행 사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달 11일 성서농협의 부지점장급 3급 팀장 A(50대ㆍ남)씨가 '직장 내 성추행', '성희롱', '모욕죄', '폭행' 등의 혐의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에 고발당했다.
A 씨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13년간 자신보다 직위가 낮은 20 ~ 30대 여직원 20여명을 성희롱 및 성추행했다.
그는 여성 직원들을 개인 사무실로 불러 입맞춤을 요구하거나, 근무 시간에 허리를 만지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지속적인 신체 접촉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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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술자리에 불러내서 입맞춤해달라거나 안아달라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아달라'와 같은 의미의 "충전해줘"라는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보내고 여성 직원이 강한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강한 부정은 긍정이다"라며 지속해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농협 인사위(8명)는 자체 감사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해직'을 결정했지만 한 달 뒤 다시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절차상 하자'와 '성추행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정직 6개월'을 확정했다.
3. 대기업 직원의 하청 업체 직원 성폭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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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9일에는 국내 유명 대기업 직원이 하청업체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준강간 등)로 기소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9월 서울 성북구 한 식당에서 하청업체 직원 A(21ㆍ여) 씨는 상사인 과장 B(35ㆍ남) 씨의 권유로 대기업 직원 C(42ㆍ남) 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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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참석한 술자리에서 A 씨가 만취하자 C 씨는 A 씨를 껴안고 신체를 만지며 성추행했다.
이후 A 씨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C 씨는 인근 모텔로 데려가 A씨를 성폭행했다.
하청업체 과장 B 씨 또한 C 씨가 "쟤 꼬셔도 괜찮냐"라고 묻자 "회사 이미지가 있으니 식당에서 좀 떨어진 모텔로 가라"고 조언한 점이 밝혀져 준강간방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 제과업체 부서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저지른 성폭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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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8일 유부남 부서장(42)이 부하 여직원 두 명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명령받았다.
서울의 한 제과업체 본점에서 근무했던 가해자는 2015년 1월 종업원 A(19ㆍ여) 씨에게 "너무 외롭고 힘들다"며 함께 식사와 술자리를 해 달라고 부탁하며 접근했다.
이후 "딸이 있고 가정이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냐"라고 수차례 설득해 A 씨를 모텔로 끌어들여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2주 뒤에도 퇴근하던 A 씨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억지로 태워 모텔로 유인한 뒤 재차 성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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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3월에는 퇴근 중이던 B(24ㆍ여) 씨를 유인해 "피곤하니까 차를 타고 잠도 좀 자면서 가라"며 강제로 차에 태워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가해자인 C 씨는 직장에서 평소에도 여직원들에게 "우리 애인하자"며 강제로 입을 맞추거나 음란 동영상을 본 뒤 강제 추행을 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도 일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C 씨는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5. 쌤앤파커스 17개월 계약직 직원 성추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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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을 출판하며 20 ~ 30대 젊은이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던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상무가 2014년 성추행으로 고소당했다.
고소인 A(30ㆍ여) 씨는 '쌤앤파커스'에서 17개월 동안 계약직 마케터로 일한 여성 직원으로 정직원 전환을 앞두고 최종 면담 도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최종 면담으로 술자리를 요구한 상무 B 씨는 술자리 이후 자신의 오피스텔로 A 씨를 데리고 가 옷을 벗으라고 요구한 뒤 침대로 끌고 가 강제로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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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곧바로 뛰쳐나왔으며 이후 정직원이 되었으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10개월여 후 사내에 이 사실을 알렸다.
B 씨는 2달 후 회사를 퇴사했으나 박시형 전 대표 등이 A 씨를 내부고발자로 몰았다.
B 상무의 퇴사 후에는 그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청소하라고 지시하고 SNS를 감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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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다 못한 A 씨는 같은 해 9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014년 11월 9일 재판부는 B 씨 측이 제기한 "이미 정직원 전환이 결정돼 있었기 때문에 이 전 상무의 요구를 거절하더라도 A 씨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받아들여 B 씨에 대한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6. 사회복지사 계약 직원 성폭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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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몸이 아픈 어머니와 오빠를 돌보며 야간 대학을 졸업한 A 씨는 계약직 사회복지사로 장애인 복지시설 '송전원'에서 근무하게 됐다.
2014년 12월 A(28ㆍ여) 씨는 밤샘업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술자리를 갖게 되고 1차 회식 이후 술자리를 벗어났다.
2차에서 A씨가 술자리에 없는 것을 알고 동료 직원 B(27ㆍ남) 씨는 A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며 다시 돌아올 것을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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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의 종용에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한 A 씨는 B 씨와 단둘이 남게 됐고 만취한 상태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됐다.
정신을 차린 A 씨는 자신이 옷이 벗겨진 상태로 모텔에 있는 것을 알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으나, 소문이 나면 직장을 잃을 것이 두려워 다시 모텔로 돌아왔다.
A 씨는 B 씨에게 소문내지 않을 것을 부탁하려 했다.
다음 날 아침 A 씨를 본 B 씨는 재차 성폭행했고 같은 달 16일 함께 밤샘 업무를 하며 또다시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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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자신을 비하하는 B 씨의 문자를 발견하고 울분을 참지 못한 A 씨는 '송전원'에 성폭행당한 사실을 말했지만 동료들은 A 씨를 '지렁이'에 비유하고 따돌리는 등 오히려 A씨를 핍박하기도 했다.
5개월 계약 만료로 해고된 A 씨는 고소와 구제신청을 통해 해고 3개월 만에 복직되었으나 '송전원' 측은 이후에도 "둘이 사귀는 줄 알았다"는 등의 변명만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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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에 몸서리치면서도 직장이나 생계를 위해 말하지 못하고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해자들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온 국민의 분노를 샀다.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노르웨이와 이스라엘은 징역 4년 ~ 15년, 네덜란드는 키스도 동의 없이 하면 성폭행으로 인정하며, 죄수의 나이에 따라 4년 ~ 15년 형을 선고한다. 프랑스는 징역 30년에서 무기징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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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또한 징역 30년을 구형하며 중국은 사형이나 성기 절단, 이란은 교수형 또는 공개 총살, 인도는 교수형이나 무기징역,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개 처형, 이집트는 공개 교수형, 아프가니스탄은 피해자가 직접 총살하도록 한다.
미국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종신형보다 더한 '몇 천 년'의 형벌을 선고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술에 취해 여고생을 집단 성폭행한 10대 고등학생들이 '가해자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가해자가 새 삶을 얻을 때 피해자들은 괴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다.
"성폭행범 처벌 강화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청원이 등장했다. 앞으로 성폭행범에 어떤 처벌이 이루어질지 국민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