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다래 기자 = '공간지각' 능력이 '1'도 없는 나는 낯선 곳에 떨어지면 불안감에 식은땀이 절로 흐른다.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봐도 몇 번의 좌회전, 우회전을 겪으면 혼란의 카오스가 들이닥친다.
가끔 지도앱을 켜고 주소를 찍어 넣었다가 오로지 '직진'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속으로 쾌재를 부른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약속 장소에 좀처럼 제시간에 나타나 본 적이 없는 내 '길치' 친구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오늘도 다음과 같은 증상에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을 친구들이 있다면 손을 살포시 잡고 응원의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
1. 지름길이 있어도 자기가 아는 길만 간다
집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여러 갈래지만 나는 오직 한 곳만 간다.
다른 길에 지름길이 있다는 걸 알지만 또다시 헤맬 자신이 없어 멀더라도 굳이 돌아간다.
2. 낯선 곳에선 버스 대신 택시만 고집한다
'길치'들에게 버스 타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막상 정류장부터 찾지 못해 헤매이는 이들은 돈이 더 들더라도 택시 타는 것을 좋아한다.
3. 식당에서 나오면 왼쪽, 오른쪽도 헷갈린다
유독 친구들 중에 식당에서 나오면 왼쪽, 오른쪽도 헷갈려 반대쪽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분명 같이 들어왔는데 '길치'들은 나올 땐 또다시 머리가 '리셋'된다.
4. 낮에 갔던 길은 밤에 가면 못 간다
낮길과 밤길은 왜 이리도 달라 보일까.
보던 간판들도 불이 들어오면 다르게 보이는 밤길에 '길치'들은 또 한 번 혼란을 느낀다.
5. 왔던 길도 뒤돌아보면 새롭다
아무리 봐도 이 길이 저 길이고, 저 길이 이 길 같다.
분명 왔던 길에서 단지 뒤 돈 것뿐인데 미스터리하게도 완전 새롭다.
6. 낯선 곳에 있으면 불안감이 폭발한다
'길치'들이 나 홀로 여행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지도는 봐도 봐도 모르겠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자니 쑥스러움이 밀려온다.
7. 내가 180도 돌면 사방이 왼쪽이고 오른쪽이다
좌, 우, 앞, 뒤에 대한 방향 감각이 없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만 돌아도 새롭게 리셋되는 방향감각은 친구가 전화로 아무리 길을 알려줘도 어디에 기준을 둬야할지 몰라 쉽게 멘붕에 빠진다.
8. 지도를 봐도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지도 앱이란 앱은 다 깔려 있지만 정작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모른다.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애꿎은 지도만 확대해본다.
이다래 기자 dara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