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정부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숨겨둔 차명재산 4조 4천억원에 대해 1천억원대 세금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제법 제5조가 정하는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한 차등과세' 대상에 대해 유권 해석을 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비실명 계좌 개설일 이후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지방세 포함 시 99%)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가 유권해석에 들어간 이유는 2008년 삼성 특검 때 적발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재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 지겠다"며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돌리고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남은 돈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생각해보자고 했다"며 대신 전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삼성은 임직원 명의였던 1천여개의 차명계좌들을 실명전환하지 않고 4조 4천억원을 빼내 이 회장 명의계좌에 넣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이 화장은 제대로 된 세금 납부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제대로 세금도 납부하지 않고 수조 원의 재산을 가져간 셈이다.
이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논란이 되자 금융위원회는 9년 만에 이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과세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차명계좌의 경우, 실명이더라도 비실명계좌로 간주하고 금융실명제법 5조에 따라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이 적용가능하다"고 밝혔다.
여기서 특정한 조건이란 '수사당국의 수사나 금융감독원의 검사 과정,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 공적 기관에서 차명계좌로 확인된 경우'를 말한다.
만약 이 회장의 재산이 비실명계좌로 간주될 경우 이 회장은 추가로 1천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