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노선영이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故 노진규를 기리며 올림픽 메달 획득을 다짐했다.
지난 20일 노선영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출전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1,500m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날 노선영은 '국내 장거리 일인자'로 불리는 김보름을 꺾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빙상 관계자들과 관중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서 덤덤히 소감을 말하던 노선영은 가족 이야기에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노선영은 지난해 4월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故 노진규의 누나다.
노진규는 스케이팅에 재능을 보인 노선영을 뒷바라지하던 어머니가 아홉 살 아들을 혼자 둘 수 없어 링크로 데리고 다니던 중 누나를 따라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그는 누나를 롤모델로 삼으며 노력한 끝에 김동성과 안현수를 잇는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덕분에 남매의 꿈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됐다.
그리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노진규가 쇼트트랙 출전권을 따내면서 두 사람이 오랫동안 꿈꿨던 '남매 올림피언'의 꿈은 이뤄질 뻔했다.
그러나 개막 한 달 전 노진규가 골육종 판정을 받으면서 동반 출전은 무산됐다.
당시 노선영은 "이번엔 같이 못 나가지만 평창은 같이 가자"고 동생 노진규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진규 역시 "그래, 한국서 하는 올림픽엔 꼭 함께 나가야지"라고 말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노진규는 병마를 이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이에 충격을 받은 노선영은 은퇴 고민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선영은 이루지 못한 동생의 꿈과, 하나남은 자식을 끊임없이 위로하고 격려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스케이트를 고쳐신었다.
그는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규는 평창올림픽에 정말 나가고 싶어 했다"며 "동생은 못 이루고 떠났지만 저라도 대신할 생각"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한편 이번 경기로 국가대표로 선발된 노선영은 월드컵 1~4차전에 출전해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네 차례의 월드컵 경기에서 노선영은 1,500m와 함께 팀추월(노선영·김보름·박지우)에 출전할 예정이다.
노선영은 세 차례 출전했던 올림픽에선 5위권 안에 들지 못했으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지난 세 차례 올림픽 준비 과정 때보다 더 치열하게 훈련했다"며 "이번엔 메달을 갖고 싶다"라고 말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