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배우 인생 56년 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문희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화제 됐던 영어 연설문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는 나문희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나문희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과거 일본군 '위안부'였던 민원 왕 도깨비 할매 '옥분'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이날 나문희는 "감독이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을 것이라 했을 때 (내가) 할머니가 무슨 여우주연상이냐며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를 위해, 나라를 위해 역할에 임했는데 할머니로서 후배들에게 피해를 줬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직 카메라 앞에 서면 욕심이 나 염치 불구하고 연기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미국 청문회장에서의 영어 연설 장면 때문에 많이 주저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선배님들이 애쓰셨을 걸 생각하며 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나문희가 감독과 스태프, 촬영에 임한 배우들 한 명 한 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수상 소감을 끝마치자 이날 사회자였던 전현무가 영어로 지금의 기쁨을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잠시 수줍어하던 나문희는 당당한 목소리로 청문회장 연설 장면에서 전했던 대사인 "I'm standing here today"로 시작하는 문장을 읊었다.
대사는 "오늘 나는 지난 날 일본 군인들에게 어린 시절을 빼앗긴 어린 소녀들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영화를 촬영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긴 연설문을 그대로 외우고 있던 나문희의 모습은 보는 이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한편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 연방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HR 121)'을 앞두고 열린 청문회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실제 증언에 나선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소현 기자 so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