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지난 1909년 오늘(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3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곧이어 총에 맞은 남자의 몸이 썩은 고목처럼 쓰러졌다.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가 하얼빈 역의 아침 공기를 갈랐다.
"코레아 우라!!"
러시아 말로 "대한민국 만세"를 뜻하는 외침이었다.
이날 쓰러진 후 결국 지옥으로 간 남자는 일본의 수괴 이토 히로부미였고, 그를 쏜 남자는 한반도의 영웅 안중근 의사였다.
이토는 을사5조약과 정미7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헤이그 특사 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는 등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패악을 저지른 자였다.
이를 지켜보며 분노를 감출 길 없던 안 의사는 이토를 처단하기로 마음먹고 동료들과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거사 당일, 특별 열차에서 코코프체프와 약 25분간의 회담을 마치고 내린 이토가 러시아 장교단을 사열하고 환영 군중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순간 안 의사는 침착하게 이토로 추정되는 사람을 향해 민족의 한을 담은 총탄을 날렸다.
이어 총에 맞은 사람이 이토가 아닐 것을 대비해 주변에 있던 일본인들에게 3발의 총탄을 더 발사했다.
거사는 성공했지만 안 의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러시아군에게 연행된 후 일제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다.
그럼에도 안 의사는 자신을 살인 피고가 아닌 전쟁 포로로 취급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거사 동기에 대해서는 "이토가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며 동양 평화의 교란자이므로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총살한 것이지 안중근 개인의 자격으로 사살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특히 재판 과정에서 보인 당당한 논술과 정연한 태도는 일본인 재판장과 검찰관들도 탄복할 정도였다.
하지만 포악하기 그지없었던 일제는 결국 1910년 2월 14일 안 의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한 달여 후인 3월 26일 오전 10시, 안 의사는 중국 랴오닝성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애국심의 상징과도 같은 안중근 의사. 그는 순국 전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시체는 우리나라가 독립하기 전에는 반장(객지에서 죽은 사람을 그가 살던 곳이나 그의 고향으로 옮겨서 장사)하지 말라.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을 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