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처음 여자친구를 만났을 때 순진하고 취향이 독특한데다가 내 이상형처럼 귀엽게 생겨서 호감을 갖게 됐다.
당시 여자친구와 사귀기 전 같이 알바를 하고 있었던 나는 우연히 여자친구가 날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평소에도 계속 눈길이 갔던터라 여자친구에게 소문에 대한 진실을 직접 물어봤고 여자친구는 내가 너무 좋다면서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 그때부터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남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여느 여자들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 아닌가.
심지어 기념일 때 갖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여자친구는 내게 '타요타요 장난감'이랑 '요괴워치 장난감 시계'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기념일로 결국 사줬는데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 그때까지만해도 그냥 여자친구가 다른 여자들이랑 취향이 다른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여자친구와 교제를 계속 해오다가 최근에 어떻게 하다보니 처음으로 잠자리를 갖게 됐고 나는 체외사정을 했다.
여자친구가 "왜 몸에 뿌리냐"고 물었고 나는" 임신할까봐 그랬다"고 답했더니 여자친구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 "그게 들어가면 임신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나는 여자친구를 캐물었고 그제서야 여자친구는 자신이 사실은 '지적장애 3급'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털어놨다.
나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에 미안하다며 우는 여자친구를 겨우 달래고 집으로 돌아와 '지적장애 3급'에 대해 알아봤다.
정신연령이 보통 10~12살 정도라고 하는데 몸은 다자랐어도 아직 초등학생인 여자친구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죄책감이 들었다.
죄책감 시달리다 결국 며칠 내내 잠도 설치고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답답하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8월 네이버 지식iN의 연애, 결혼 상담 코너를 통해 사귀던 여자친구가 지적장애 3급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남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당시 23살 대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 사귀게 되었다고 밝혔다.
A씨는 기념일 선물로 여자친구가 '타요타요 장난감'과 '요괴워치 장난감 시계'를 갖고 싶다는 말에 다른 여자들이랑 취향이 다른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귀다가 우연히 여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됐고 그날 여자친구가 '지적장애 3급'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며 죄책감에 잠도 설치고 있다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구했다.
이에 자신도 지적장애 3급이라고 밝힌 누리꾼 B씨는 "일반인들과 이야기와 상호 작용 잘하는 편이지만 단 문제가 일어날 때 대처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Q에 따라서 정신연령이 다르다"며 "걱정하지 마시고 여자친구도 자기 장애를 창피해서 숨겼을지도 (모른다)"고 위로했다.
답변을 확인한 A씨는 의외의 글을 남겼다. A씨는 "감사하다. 나는 앞으로 조금 더 많이 여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시설 봉사활동을 같이 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것이다.
자신에게 '지적장애 3급'이라는 사실을 숨긴 여자친구에게 A씨는 분명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씨는 이별을 통보하기보다는 오히려 여자친구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분명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A씨는 고뇌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여자친구가 홀로 겪고 있을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하겠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A씨와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A씨의 마음은 많은 누리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