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청각 장애 선수를 지원해야 하는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이 항공권 구매 대행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다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터키 삼순에서 열린 '2017 삼순 농아인 올림픽대회(데플림픽)'에 출전한 선수 70명에게 1인당 실비 50만원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체의 횡령으로 급하게 항공권을 재구매하며 선수들은 5번의 환승과 55시간의 비행(왕복 기준)을 견뎌내야 했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선수들은 비행기를 2차례만 갈아타면 됐다. 하지만 연맹이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선수들은 환승하는 데만 10시간을 더 기다렸다.
총 비행시간도 애초 예상했던 39시간 15분보다 15시간 이상 늘어난 54시간 35분이 걸렸다.
또 인천에서 삼순까지 3회를 환승한 데 이어 삼순에서 인천까지는 2회를 환승하는 등 무려 5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고.
이는 선수들의 출국일 엿새 전까지 대행업체가 항공권 70매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항공권 구매를 맡았던 A항공은 1억 1천만원에 달하는 항공권 비용을 받고도 출국 직전까지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자 대신 나선 대한장애인체육회는 1억 8,600여만원을 추가로 들여 출국일 하루 전에야 항공권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체육회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1인 50만원으로 책정됐던 선수들의 실비까지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맹은 A항공을 항공권 구매 대행업체로 임의 선정하고 계약이행보증보험 없이 대금을 한꺼번에 치르는 대가로 1,5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체육회가 연맹을 부실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이라며 "다른 가맹단체 관리도 이처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처럼 무능하고 부실한 지원에도 52개의 메달을 따내며 세계 3위에 올랐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