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박근혜 정부가 2013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반대했다는 청와대 문건이 발견됐다.
20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과 이재정 의원에 따르면 2013년 6월 청와대 미래전략 수석실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미래전략수석실은 해당 문건에 "4월 임시국회에서 살균제 피해자 구제결의안이 채택되고, 민주당 장하나 의원 등 야당 의원 대표로 4건의 법안의 발의됐다"고 적었다.
또한 당시 미래전략수석과 경제수석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대신 기존 제도를 활용해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를 통해 마련"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의 '결론'에서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정부 방침을 확정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안에 동의를 확보해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대처하겠다"고 기술돼 있다.
사실상 청와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 셈이다.
실제로 2014년 9월 청와대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가습기 피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역시나 특별법은 불발됐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 청와대의 지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한 지난해 청와대는 다시 한 번 대응방안을 언급한다.
2016년 4월 20일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에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간 정부 조치의 적절성이 재이슈화 될 수 있다"며 "상황관리 철저히 하고 피해조사 신청기간 연장 등 예상 쟁점에 대해 대응방향을 미리 검토할 것"이라는 지시가 나와 있다.
이에 홍익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특별법에 대해 일관된 반대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끝내 하지 않았다"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대신 사과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 등을 골자로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안건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빠른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1994년 SK케미칼이 처음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까지 연간 60만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은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으로, 두 물질 모두 독성 유해 물질로 분류돼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과 유럽연합은 1998년부터 해당 물질을 '유해 물질'로 지정하고 사용을 제한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2011년까지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허위 광고와 함께 시중에서 판매됐다.
가습기살균제사참사 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지금까지 옥시, SK케미칼 등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후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최소 30만명에서 최대 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