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지난 18일 '그림 대작' 사건으로 윤여정의 전 남편인 조영남의 1심 재판이 열려 사기 혐의 유죄가 인정됐다.
그날 오후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한 윤여정은 방송 10주년과 500회 특집 기념의 주인공으로 2주 연속 출연했다.
1987년 결혼 13년 만에 이혼한 두 부부의 길은 무척이나 달랐다.
'화개장터'로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조영남은 유머 넘치는 말솜씨와 탁월한 진행 능력으로 가수보다는 예능인이라고 불릴 만큼 폭넓은 활동을 자랑했다.
조영남이 잘 나가는 동안 윤여정은 이혼 후 생활고에 시달리며 배역에 상관없이 절박한 연기 생활을 이어갔다.
이혼 후 30년이 지난 지금, 윤여정은 인생의 황혼에서 국민 배우의 당당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윤여정의 당당한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긴 세월을 견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힘든 삶을 이겨낸 윤여정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녀의 삶이 묻어나는 어록을 꼽아봤다.
1. "'주인공 아니면 안 해'는 바보짓이다"
윤여정은 미국에서 배두나의 할머니 역으로 캐스팅되었다가 '죄수' 역을 맡게 된 사연을 말해 주목 받았다.
이때 맡기로 한 배역이 없어진 윤여정에게 캐스팅 디렉터가 윤여정을 다른 배역으로 추천한다.
그렇게 '죄수' 역으로 출연이 성사되고 다음 시즌에서 배두나를 탈출시키는 좀 더 큰 배역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주인공이 아니면 안 하려는 배우들이 있다고 말한 윤여정은 자신처럼 "주인공 아니면 안 돼"가 아니라 한 계단씩 한 계단씩 노력하다 보면 욕심냈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2. "내가 못하니까 이것밖에 할 수 없었구나"
8.15 특집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연기를 믿고 불러준 분에게 "여정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니?"라는 말을 듣고 속상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후 같은 분에게 다시 기회를 얻고 대사도 없는 궁녀 역할을 "이를 악물고"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주인공만 맡던 이전 상황과 달라 속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못하니까 이것밖에 할 수 없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겸손한 면모를 선보였다.
3. "늙어서 좋은 거구나"
MC 이영자가 '윤식당'의 최대 수혜자로 정유미를 꼽으며 "정유미는 CF 30개 정도는 하는 것 같더라 속상하지 않았냐?"라고 물었다.
이에 윤여정은 정유미가 자신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막내인 점을 꼽았다.
자신이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면 '정신병'에 걸렸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나이에 따라 질투가 차이가 많이 나 "늙어서 좋은 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4. "그 시간 없었으면 지금의 윤여정은 없었을 거다"
윤여정은 "돈이 가장 절실했을 때 이혼한 후다"라고 밝히면서 가장으로서 돈을 벌기 위해 단역까지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다고 밝혔다.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고 밝히며 "인간관계까지 끊어버리고 일과 집만 다녔다"고 할 정도로 일을 했다고 밝혔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아들들이 '보배'였다고 추억하면서도 "그 시간 없었으면 지금의 윤여정은 없을 거다"라고 힘든 삶을 이겨낸 뒤에 받게 된 결과에 대해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5. "'늙어도 괜찮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이영자가 "맡고 싶은 배역이 있냐"라고 윤여정에게 물었다.
그러자 윤여정은 어릴 때는 주인공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며 이제 자신의 나이에서는 "근사한 할머니 역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윤여정은 지금까지 연속극에서 많이 보는 할머니들은 주책없거나 경우 없었다며 앞으로 "잘 늙은 할머니, '늙어도 괜찮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고 역할에 대한 포부를 밝혀 의식 있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6. "아름다움과 슬픔이 같이 간다"
그녀는 노을을 보며 감회에 젖으며 "모든 것이 언젠간 저물게 된다"고 운을 뗀다.
이어 "젊을 때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겠지만, 아름다움과 슬픔이 같이 간다"고 말해 70대를 넘어선 인생에 대한 아쉬움을 잘 표현해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