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쌍끌이 조업 등으로 인해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이 한국수산학회의 수산경영론집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을 시작한 이후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어획량은 급감한 반면 중국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 입어하기 직전인 2003년 한국의 오징어 어획량은 23만3천톤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만2천톤으로 4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25만4천톤에서 6만8천톤으로 73%나 줄어 감소폭이 우리보다 더 컸다.
반면 중국은 25만7천톤에서 36만9천톤으로 약 52% 증가해 중국의 북한 동해 수역 조업이 한·일 양국 어획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이 실장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가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조업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기존 문헌과 최근 새로 발견한 자료 등을 토대로 추산한 중국 어선들의 척당 평균 어획량이 최소 114톤에서 최대 270톤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인 척당 75톤과 비교해 최대 3.6배에 해당한다.
척당 어획량이 270톤으로 가장 많았던 2010년 중국의 여러 매체는 입어 100일도 안 돼 약 340척의 어선이 오징어 9만2천톤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어업연감에는 2010년에 456척이 12만3천톤을 어획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실장은 당시 우리나라 인근 수역을 거쳐 북한 동해 수역에 들어간 중국 어선이 642척으로 파악돼 어획량은 최소 14만8천톤에서 최대 17만3천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 가장 많은 1,904척의 중국 어선이 북한 동해 수역에 들어간 2014년에는 20만톤 이상을 잡았을 가능성도 제시하면서 "입어 척수가 늘면서 최근에는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잡은 오징어가 우리나라 전체 오징어 어획량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 어민들도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를 싹쓸이하듯 과도하게 잡는 바람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입어는 북한과 중국의 협정에 따른 것이어서 제지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단기적으로 한·일 중간 수역에 있는 대화퇴어장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대한 단속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본과 공조 단속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울릉도에 전진 기지를 구축해 불법 조업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참고로 서해에서는 중국 어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이후 불법 조업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실장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어업권 거래를 제재하도록 국제 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동북아 수산자원관리기구를 설치해 오징어 등 수산 자원 관리에 협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중국만 늘어나는 현상은 오징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의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93만톤으로 2015년보다 12.1% 줄어 1972년 이후 44년 만에 100만톤을 밑돌았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의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291만톤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만톤에 못 미쳤다. 2015년과 비교해 9.0% 감소했다.
반대로 중국어업통계연감이 밝힌 중국의 지난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328만톤으로 2015년보다 1.0% 늘었다. 특히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변화를 보면 한국은 13.4%, 일본은 24.6% 감소했지만 중국은 19.6%나 늘었다.
중국 어선들의 북한 수역 조업이 한·일 두 나라의 어획량 감소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