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인근 병원을 찾기 위해 아무리 앱에서 호출을 해도 걸어서 10분 거리인 병원을 가려는 택시가 없었던 것이다.
40도가 넘는 열 때문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A씨는 결국 걸어서 병원을 갈 수밖에 없었다.
장거리 통근을 하는 B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은 후 카카오 택시에 불만이 생겼다.
최근 늦게까지 야근을 한 B씨는 지하철에서 내려 택시를 잡기 위해 수 십번이나 호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호출 해도 반응이 없던 택시들이 야간 할증이 붙는 밤 12시가 되자 한꺼번에 역으로 몰려들었다.
불쾌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B씨는 "(기사들이) 어디 숨어 있다 마음에 드는 승객만 골라 태우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지난 2015년 3월 시작된 카카오 택시 서비스는 콜비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 덕분에 '역대급 앱'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 6월 기준으로 카카오 택시의 누적 가입자는 무려 1,490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은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또 일 호출 건수 역시 평균 150만 건, 누적 운행 완료 횟수는 2억 4천만 건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인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출발지와 목적지를 모두 입력하게 돼 있는 카카오 택시의 특성을 일부 기사들이 승차거부에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 택시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접수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서울시에서만 2015년 57건에서 지난해 180건으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급등했다.
또 승차거부로 인한 처벌 건수도 2015년 14건에서 지난해 61건으로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승차거부가 일어나는 것은 카카오 택시가 승객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모두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사들이 차량에 앉아서 승객의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승객만 골라 태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토교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택시 앱 이용 시 불편·불만 사항으로 '배차가 잘 안 된다'는 응답이 23.8%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목적지를 이유로 배차나 승차거부를 한다'(17.4%)'가 뒤를 이어 승차거부 관련 불만이 40%를 넘은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카카오 측에 "목적지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카카오 측은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승객을 골라 태우는 현상은 특정 시간대, 특정 지역서 일시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카카오택시 이용객의 60%가 5㎞ 이내 단거리 승객"이라고 설명했다.
승차거부의 근본적인 원인이 목적지 표출이 아닌 만큼 서비스의 핵심적인 기능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사들이 이 기능을 악용해 '합법적 승차거부'를 하고 있는 만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와 카카오는 근거리에서 콜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받지 않는 경우, 해당 택시를 다음번 배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