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8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약속한 차명계좌 실명전환과 누락된 세금 납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4조 4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이 회장 자신이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64개 가운데 63개가 실명 전환 없이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삼성은 지난 2008년 대국민 사과와 함께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뒤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사용할 방도를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의원실에 따르면 이 중 64개 가운데 63개가 실명 전환 없이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권계좌 957개도 모두 실명 전환되지 않고 전액 출금됐으며 이 중 646개는 계좌 폐쇄, 나머지 311개는 대부분 잔고 없음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 의원은 "삼성 특검이 밝힌 차명 주식과 예금 4조 5천억여원 가운데 4조 4천억여원을 이 회장 측이 찾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특검 수사 뒤에 차명계좌를 이 회장 앞으로 실명전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차명계좌를 해지한 뒤 이 회장 명의 계좌에 입금한 명의변경으로,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과징금과 세금 납부를 하는 절차는 밟지 않은 것이다.
박 의원은 "지금이라도 누락된 과징금과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