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경북 칠곡의 한 유명 사찰 주지스님의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주지스님의 이중생활'이란 부제로 조계종 내 한 주지스님의 성폭행 의혹을 파헤쳤다.
앞서 지난 7월 조계종 본원과 경북지역 여러 사찰에 '주지승려 성폭행범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문서 하나가 팩스로 도착했다.
해당 문서에는 경북 칠곡군 소재의 유명 사찰 주지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는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 S사찰의 주지승 H스님으로, 조계종 내에서 초심호계위원까지 맡을 만큼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이 H스님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A씨 25살로, S사찰 종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A씨는 처음 H스님으로부터 '수양 딸'이 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H스님 개인 사찰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
A씨는 "자기랑 부부처럼 살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나가려고 하니 이불에 눕혀 겁탈하려 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 아무리 소리 질러봤자 듣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몸부림치니 뺨을 때렸다. 정신이 혼미해지니까 (주지스님이) 제 옷을 벗기면서 겁탈하더라"라며 "그 후엔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마다 했다. 주지실에서도 당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H스님이 엄마까지 소리소문없이 없애버리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일삼아 숨어 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았고, 딸을 위해서라도 평생 끌려다닐 수 없어 두 모녀는 지난 7월 6일 경찰에 H스님을 성폭행 및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취재진이 조사한 결과 현재 H스님은 환속제적원을 신청해 승복을 벗고 속세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어렵게 H스님과 연결이 닿은 제작진은 성폭행 고소에 대한 스님의 입장을 들었다.
H스님은 피해 여성과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그는 "난 네가 좋은데 어떠냐 하니까 자기도 내가 좋다 하더라"라며 "그래서 '나이가 너무 어리고 너랑 관계하기는 좀 그렇다'하니까 '난 친구하고도 했고 선배하고도 했다. 걱정마라'며 옷을 벗어 누웠다"고 말했다.
자신이 억지로 때리거나 강제로 눕혀 성관계한 사실은 없다는 게 H스님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모녀가 큰 돈을 얻어내기 위해 이 일을 꾸몄고, 나한테 19억 8천만원 안 내놓으면 파면시키고 세상 끝까지 가서 망가뜨리겠다 협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H스님보다 피해 여성 주장에 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의 진술은 일관적이고 구체적이지만, H스님은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레퍼토리와 같다는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또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 교수는 "이 사건은 이게 강간인지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종교적인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임은 명백하지 않나"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