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뉴질랜드의 한 주차장에서 '낙일기' 디자인으로 꾸며진 차를 본 한국인이 이를 '욱일기'로 착각해 날계란을 던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뉴질랜드 사는 한국인이 차량 테러'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차 전면에 전범기 무늬가 랩핑 돼있는 자동차의 사진과, 해당 자동차의 유리창에 날계란이 던져져 있는 사진 두 장이 포함됐다.
글쓴이는 "뉴질랜드에 사는 어느 한국인이 마트에서 장보고 지나가다가 트럭에 욱일기가 랩핑 돼있는 것을 보고 열 받아서 계란을 던졌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혜로운 대처는 아니지만 '뭐라도 하고 싶었다'며 뿌듯해한다"며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그러나 해당 차량에 새겨진 무늬는 '욱일기'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 '낙일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욱일(旭日)의 뜻은 '하늘로 승천하는 태양'인데 반해 낙일(落日)은 '태양이 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이는 과거 미 해군의 전투비행대대 '선다우너즈(Sundowners)'가 전투기 꼬리 부분에 그렸던 무늬로 욱일기를 반으로 잘라 해가 수평선 너머로 지는 모습을 표현했다.
한마디로 일본의 패망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이를 증명하듯 해당 차량에는 낙일기에 총을 쏜듯한 총알 자국까지 표현돼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욱일기와 낙일기를 구분하지 못해 엉뚱한 차량에 화풀이를 한 당사자를 비판하는가 하면 "만약 욱일기라도 저럴 권한이 있냐"며 지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일이 벌어진 데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여전히 일본 전범기 디자인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범기 전 세계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은 지난해 5월 외국에 거주 중인 한인들의 제보를 받아 해외 주요 도시에서 전범기 디자인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 교수팀이 파악한 사례를 보면 미국 뉴욕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 안에 비치된 관광 팸플릿, 호주 시드니 일부 다이소 매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일본 전범기 이미지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서경덕 교수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다른 나라에서는 전범기 모양을 단순 디자인으로만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범기 디자인을 사용했다고 그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려주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