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생긴 희귀병으로 숨진 80번째 피해자가 나왔다.
지난 4일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다루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삼성반도체에서 80번째 직업병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고인 이혜정(41)씨는 1995년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약 3년 동안 확산과 세정 업무를 담당했다.
이 작업은 고(故) 황유미씨가 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다.
확산은 반도체 웨이퍼를 초고온에서 굽는 일이고 세정은 이를 화학물질로 씻어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 모두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되지만 고인은 마스크와 방진복 등 보호장구 없이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공장에서 이산화질소와 비소, 벤젠 등 화학물질에 노출됐고 '전신성 경화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얻었다.
'전신성 경화증'은 몸이 서서히 굳어지면서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고인은 질병이 산업재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삼성 측에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해왔지만 삼성은 자료가 없다며 맞섰다.
이와 함께 근로복지공단도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산재 불승인을 내렸다.
고인은 오랫동안 산재임을 주장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숨졌다.
고인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얻은 희귀병으로 숨진 80번째 사망자였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이 문제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모습으로 피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반올림 측은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며 "삼성이 이를 책임지고 사과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 반올림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사과는 안 해도 좋으니 (앞으로) 이런 병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현재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