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9일(일)

신분증 확인했다가 10대에 폭행 당한 알바생을 '쌍방폭행'으로 입건한 경찰

인사이트SBS 8시 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술을 사려는 10대에게 신분증을 요구한 편의점 종업원이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고를 받고도 출동을 거부하고, 피해자를 쌍방 폭행으로 입건하는 등 경찰이 안일하게 대처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6일 SBS 8시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경기도 여주시의 한 편의점에 남성 3명이 들어와 술과 과자를 구매하려고 했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편의점 종업원은 이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이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실제 얼굴과 신분증 속 사진이 다르자 술판매를 거부했다.


손님들은 즉각 항의하자 결국 종업원은 112에 신고해 직접 와서 확인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경찰은 오히려 "우리가 직접 출동해서 확인하기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신분증 도용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이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이후 술 구매를 거부당한 손님들은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렸고, 종업원이 이를 말리자 손님들은 다짜고짜 종업원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매장 내 CCTV를 보고 있던 편의점 사장이 다시 112에 신고하면서 뒤늦게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종업원은 얼굴 뼈가 함몰되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상태였다. 


조사 결과 종업원을 폭행한 손님 3명은 17살 고등학생으로 드러났다. 


인사이트


인사이트SBS 8시 뉴스


뒤늦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고등학생 3명과 폭행을 당한 종업원 모두 '쌍방 폭행' 피의자로 입건했다. 


게다가 앞서 사건의 발단이 됐던 학생들의 신분증 역시 조사하지 않았다.


신분증을 조사하지 않은 것과 관련, 경찰은 피해 종업원에게 "파출소 직원들이 나갔을 땐 (학생들이) 학생증을 제시했다고 하더라. 법이라는 건 물증을 갖고 얘기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종업원은 상식적으로 10대들이 술을 사기 위해 '학생증'을 제시했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사이트SBS 8시 뉴스


논란이 일자 경찰은 당시 현장 조사에서는 쌍방폭행으로 분류됐다고 해명하며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누리꾼들은 법을 지키기 위해 신분증을 검사하고 112에 신고까지 했으나 끝내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피해자가 피의자까지 된 이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며 "처음 신고했을 때 출동했다면 무고한 시민이 다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한편 현행법상 10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영업 취소 및 사업장 폐쇄,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등이 내려진다.


하지만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도용해 술을 구매한 10대는 대부분 보호처분에서 그친다.


이 점을 노리고 신분증을 속여 술을 먹은 뒤 업주를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10대들도 있어 사업장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자가 주류를 제공할 경우, 행정처분을 면제하도록 하는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위조신분증 청소년 때문에 영업정지 당한 순댓국집 사장님위조한 성인 신분증을 가지고 술을 주문해 마신 청소년들에 한 순댓국집 사장님이 억울하게 영업정지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