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천 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 소관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실제 제빵기사들은 본사로부터 세세한 업무 지시까지 받았다고 증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SBS는 '취재파일'을 통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현실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6월 파리바게뜨 회장이 점포를 순회하던 중 한 가맹점 진열대에 케이크가 부족한 것을 보고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후 전국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게 '생크림 케이크를 조기생산해 진열하라'는 본사 지시가 떨어졌다.
보통 오전 7시께 출근해 당일 판매할 빵을 만들고 오후에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하는 제빵기사는 이 같은 본사의 지시에 30분 일찍 출근하거나 점심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본사 당담자에게 '본사는 제빵기사가 점심 먹고 안 먹고에 관심이 없냐'고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가 봐요. 회사가 회장 거니'라는 말 뿐이었다.
협력업체 소속으로 파리바게뜨 근무 10년 차를 맞은 제빵기사 A씨 역시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사가 행했던 여러 업무 지시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갑자기 1년 전 받은 수당을 가져간다더라. 항의했더니 '본사에서 하는 일이니 따져봤자 소용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매장 전경 사진을 찍어 보내라'라거나 '에어컨 닦아라', '매장 바닥 닦아라', '봄맞이 청소해라' 등등 본사로부터 수많은 지시가 내려왔다.
빵을 만드는데도 정신이 없는 제빵기사들은 일일이 본사가 지시한 업무를 이행하고, 그 증거로 사진을 찍어 보내느라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월말 주문을 맞추는 것이었다. A씨는 "본사 사업팀이 달성해야 하는 주문 금액이 있는데, 그걸 못 맞추면 기사가 월말에 주문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주문 넣으면 가맹점주가 싫어한다. 가맹점주 돈이 나가는 거지 않냐. 금액이 많이 나오는데 본사에서는 계속 '하나 더 넣어'라는 식으로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즉, A씨 증언에 의하면 본사 직원이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제빵기사들을 압박했다는 것.
하지만 파리바게뜨 본사의 입장은 다르다. 본사는 오히려 제빵기사를 파견하지 않고 가맹점주가 본사 완제품을 주문하면 수익이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제빵기사 파견은 본사와 가맹점의 상생을 위한 서비스일뿐 전혀 이득이 없다는 것이 파리바게뜨 측의 설명이다.
제빵기사에게 세세한 업무를 지시하는 것 역시 '품질관리를 위한 지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제빵기사는 협력업체 소속일뿐 본사와 법적 계약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이번 결정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빵기사는 본사가 아닌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파리바게뜨 지점에 파견된다.
본사가 제빵기사에 업무를 지시하는 것 역시 어디까지를 '품질관리'로 보고 어디까지를 '월권'으로 볼지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협력업체, 본사 등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면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빵기사들의 노동권은 점차 상실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교육, 훈련을 넘어서서 인사와 노무 전반에 관한 지휘 명령을 했다고 판단, 사실상 파리바게뜨 본사를 '실사용자'로 보고 있다.
이에 5천 378명의 제빵사 직접 고용과 지금까지 밀린 110억원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파리바게뜨에 명령한 상태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그룹은 대응법과 향후 조치 등을 의논하고 있으며 소송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줄줄이 도산 위기에 놓인 파리바게뜨 협력사 역시 노동부 지침에 강력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