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소방관 처우 개선만큼 '집배원' 처우 개선도 시급한 이유 5가지

인사이트(좌) 유족, (우)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두렵다... 가족들 미안해"


지난 5일 우편물 집중 배달 기간인 추석을 앞두고 또 한 명의 집배원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자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지난 8월 10일 업무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일반 병가로 2주를 쉬었지만 몸이 나아지지 않자, 1주일 더 병가를 냈고 3주째 병가를 끝내고 연차를 이틀 더 내고 쉰 날짜가 9월 4일까지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지난 4일 우체국에서는 출근 가능 여부를 물으며 "나오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겠다"라고 고인을 심적으로 압박했다.


다음날 출근할 날짜가 되었는데도 출근하지 않자 직접 찾아온 우체국 관리자들과 경찰이 자택에서 숨진 고인을 발견했다.


JTBC '뉴스룸'이 지난 11일 보도한 영상에는 사망 전날 그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영상이 찍혔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아들은 아버지가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항상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전화를 끊고 나면 눈물을 많이 훔치셨다"고 밝혔다.


고인은 2개월 정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지만 그에게는 2주의 일반 병가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업무 중 사고를 당했는데도 공무상 재해 처리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000일 무사고 운동' 기록 때문이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시사인 제523호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병가를 2주 더 쓰기 위해 병원 소견서를 제출했지만 서광주우체국은 "소견서가 아닌 진단서가 필요하다"며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정사업본부 종사자 사망 현황에서 파악한 집배원 사망 원인은 자살·교통사고·심혈관 질환 등이다.


올해 사망자는 9월 5일 발견된 고 이길연 집배원을 포함한 13명이며 이중 자살로 숨을 거둔 집배원은 전체의 반을 넘는 7명에 이른다.


1. 이상한 표준시간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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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가 배정한 우편 집배원 배달 소요 표준 시간은 '일반 우편물 2.1초, 등기 28초, 소포 30.7초'이다.


일반인이 주소 하나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3초. 집배원들은 슈퍼맨이 되어 주소를 빠르게 읽고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등기와 소포는 사람을 만나서 전달해야 하는데 각각 28초와 30.7초 만에 '표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2.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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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집배원은 12시간 이상의 업무에 시달렸다.


보통 오전 5시~7시 사이에 출근하는 집배원은 분류작업, 배달 등을 마치고 오후 5시쯤 우체국으로 복귀한다.


다음날 우편물 분류 작업 등 잔업을 마치고 나면 빨라야 저녁 7시, 늦으면 밤 9시가 되어서야 퇴근한다.


선거철,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이 다가오면 업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3. 휴식시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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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집배원은 하루 배달 우편물이 1000통 이상이다.


전국우정노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집배원 1인당 담당 가구는 우리나라 1,160가구, 미국 514가구, 일본 378가구다.


우리나라 집배원의 업무 강도는 일본 집배원의 4배에 가깝다.


점심은 휴식시간에 잠시 김밥으로 때울 때가 많다는 집배원들은 이제 평균 15분마저 아껴 써야 하는 추석을 앞두고 있다.


4. 내가 하지 않으면 동료에게 전가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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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차 휴가 사용 날수는 평균 3.4일이다.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그들이 꼽은 이유는 '동료에게 피해 주기 싫어서', '업무량이 많아서' 등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하반기 100명 증원과 내년까지 주 52시간 이내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4일 '282명 증원'을 발표했다.


집배 노조 측은 사측이 100명 증원을 언급한 이후 책정 인원이 현실적이지 않음을 지적하며 실제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4,500명가량 충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체국 집배팀은 조를 짜서 운영된다. 현재 부족한 인원에서 조원이 다치거나 아파 병가를 쓸 경우 남은 조원들이 그 사람 몫까지 우편배달을 해야한다.


5. 늘어나는 등기ㆍ소포 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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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손편지량이 줄고 각종 고지서가 전자화되었지만 등기와 소포 물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등기 소포는 같은 기간 1억 7,500만 통에서 2억 2,600만 통으로 28.7%(5000만 통)가량 늘었다.


우편물과 달리 수취인에게 전달해야 하는 등기와 소포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며 물품을 전달하지 못했을 때는 재차 삼차 배달 업무를 수행하게 돼 부담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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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2015년까지 약 2년에 걸쳐 우리나라는 우편번호를 2번이나 변경했다.


첫 번째는 2011년 7월 29일 도로명 주소 고시 이후 2014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도로명 주소' 변경이었다.


두 번째는 2014년 12월 1일부터 고시해 2015년도 8월 1일부터 시행된 5자리 '새 우편번호' 사용이었다.


시행 당시 도로명 주소에 개인이 적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새 우편번호'를 사용해 집배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기계처리에 어려움이 생겨 수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 여론도 많았다.


도로명 주소 변경에 새 우편번호 사용까지 가중되며 집배원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우정사업본부'는 산재 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선정한 '2017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수상했다.


아픈데도 출근 독촉해 목숨 끊은 집배원의 생전 '마지막 모습' (영상)무리한 업무 부담으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집배원의 죽기 전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