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지난 11일 국가정보원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MB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공개했다.
"위에서 막는다"라는 말은 들었지만 증거가 없어 대항하지 못했던 문화계 인사들은 탄식하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거나 방송국 외압 발표, 광우병 비판, 현 정의당인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다는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MB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공영방송에서 잘나가던 프로그램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폐지되었고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연예인은 맡았던 자리를 빼앗겼다.
영화인들은 출연과 제작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제작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렸다.
'MB 블랙리스트'에 올라 억울하게 10년여를 무대 밖에서 떠돌 수밖에 없었던 문화계 인사들을 알아보자.
1. 김미화
김미화는 2010년 자신의 트위터에 '내부 출연금지문건' 때문에 KBS 출연을 금지당했다는 글을 올렸고 이후 KBS에 고소당했다.
지난 19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김미화는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이렇게 사찰을 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을 믿느냐?"며 자신을 핍박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민·형사 고소를 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혀 더욱 화제를 모았다.
2. 김제동
지난 13일 김제동은 MBC 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2008년 당시 MBC '100분 토론'에 "토론 잘하는 연예인 1위"로 출연했더니 손석희가 '이쪽 사람'이라고 하는 바람에 좌파로 낙인 찍혔다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노제의 사회를 맡으며 이명박 정권에 미운털이 확실히 박혔다.
2006년 KBS '방송 연예 대상'까지 수상했던 김제동은 노제 사회 이후 KBS 2TV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게 된다.
MBC '환상의 짝꿍'은 폐지 됐으며 2011년 '나는 가수다'에서도 하차, 2016년 SBS '힐링캠프'와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하차 수순을 밟았다.
3. 김여진
국정원은 활발한 정치 활동을 이어가던 김여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배우 문성근과 나체 합성 포스터를 만들어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김여진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애도 글을 올리며 정치적 활동을 시작했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홍대 청소 용역 직원들의 처우 개선 1인 시위, 한진 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 등 굵직한 행보를 이어나갔다.
4. 문성근
지난 18일 가장 먼저 'MB 블랙리스트' 참고인 조사를 받은 문성근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배우 명계남과 함께 조직해 운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2010년부터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이어가다 2013년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최근 출연작인 SBS '조작' 기자간담회에서 '정치 세력의 수준이 저렴'해서 "8년간 방송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꼬집으며 블랙리스트를 은근히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한 데 이어 "MB가 몰랐을 리 없다"며 방송인 김미화와 더불어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5. 김민선(현재 '김규리'로 개명)
배우 문성근이 꼽은 블랙리스트 최대 피해자 김규리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우병 소를 청산가리에 비유한 발언을 해 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후 MBC와 KBS 외에 SBS에도 '캐스팅 배제' 지시로 출연을 금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성근은 SBS '조작' 기자간담회에서 김규리를 언급하며 "지금도 너무 두려워 나서서 말을 하지 못할 정도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6. 봉준호
영화 '옥자'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은 여러 해 동안 국내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번 블랙리스트 발표로 그가 국내에서 활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사회적 문제를 영화 소재로 많이 사용했던 봉준호 감독은 현재 정의당인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7. 문소리
최근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로 감독 데뷔한 배우 문소리는 남편인 장준환 감독과 나란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민주노동당 당원임을 밝혔던 문소리는 가수 한대수와 당을 선전하는 광고에도 출연한 바 있어 이명박 정권에 관심 대상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문소리는 2016년 상영금지로 부산시가 알력을 행사해 문제가 됐던 '다이빙벨'이나 '나쁜 나라'라는 세월호 사건 관련 영화 배급사에 후원금을 전하기도 했다.
8. 유준상
유준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청와대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분향소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글을 올려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는 "부끄러워하세요. 반성하고 사과하세요. 정치하는 분들 참 부끄럽습니다"라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이명박 정권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9. 양희은
10. 박찬욱
11. 박미선
12. 이창동
13. 김가연
14. 윤도현
15. 이준기
무대에 서지 않는 사람들도 고초를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설가 조정래는 4대강을 비판해 소설 '아리랑'의 제작사 계약까지 마친 TV 드라마가 무산되었으며, 이명박 정부에 독설을 퍼부은 진중권 교수는 해임과 폐강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외에도 故 신해철, 김장훈, 배칠수 등 국가정보원이 2009년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통해 관리했던 문화예술인으로 발표한 명단은 문화계 6명, 배우 8명, 영화계 52명, 방송인 8명, 가수 8명 등 총 82명에 이른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