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추석 명절을 앞두고 20대 회사원 A씨(여)는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 추석 연휴를 본인 집에서 보내는 게 어떻겠냐는 남자친구의 제안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연휴도 긴데 2박 3일은 괜찮지 않냐며 가족들에게 인사도 할 겸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아직 결혼 전인 데다가 상견례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자친구 집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A씨는 "나는 형제가 없어 쓸쓸히 추석을 보낼 엄마, 아빠를 생각해 가기 싫다고 했다가 대판 싸웠다"며 "남자친구는 명절에 가서 점수 좀 따라고 하는데 내가 이상한 거냐"라고 반문했다.
설과 추석.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 시즌이 되면 여성들은 고민이 많아진다.
요즘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일부 지역에 여전히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나 대도시 주변에 살다가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를 지나 고향에 도착하면 짐을 풀기 무섭게 차례 준비를 해야 하고 식사와 설거지의 끊임없는 굴레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결혼을 앞둔 나이거나 아직 취직을 못 한 청년일 경우 "언제 결혼할 거냐", "남자친구는 있냐", "취직은 했니" 등의 질문 세례를 받기도 한다.
이에 지난 7일 발표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최근 3년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미혼남녀가 추석을 앞두고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은 '가족 잔소리'로 나타났다.
남성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명절 잔소리는 '얼마 벌어? 떡값은 좀 와?'(36.8%)였으며 여성은 '결혼은 평생 안 할 거야?'(32%)였다.
이렇게 명절 스트레스가 극심해지자 아예 명절을 짧게 보내고 여행을 가겠다는 사람들도 늘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최대 10일의 '가을 방학'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90%의 국민들이 "오는 10월 황금연휴를 맞아 여행을 갈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가족 관계 전문가들은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명절 문화도 그에 맞게끔 바뀌어야 한다"며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벌어진 인식의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 서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