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부족한 소방 인력으로 인해 임무 수행 중 순직하거나 다치는 소방관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19일 국민일보는 지난 17일 강릉 석란정 화재로 숨진 이영욱(59) 소방위가 당시 화재 현장에서 현장 지휘관 겸 현장안전점검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현장안전점검관은 본래 재난 현장의 위험 요인과 대원들의 건강 상태 파악 등 진압과정에서 생기는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당시 화재 진압 인력이 부족했던 탓에 이영욱 소방위는 직접 신참 소방관과 함께 석란정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안전점검관 제도는 화재 진압 시 사고가 잇따르자 현장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부터 도입했으나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 규정에 따르면 출동대마다 1명씩 현장안전점검관을 둬 현장지휘관을 보좌하고 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게 돼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안전점검관은 전국 각 소방서에 1명씩만 배치돼있어 출동대마다 현장안전점검관이 뒤따르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소방청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 지휘자가 현장안전점검관 역할을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시에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장안전점검관이 따로 있으면 소방관 안전을 살핀 뒤 현장지휘관에게 진입 불가 등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화재 진압에 몰두해야 하는 현장 지휘관이 이를 겸하면 소방관 안전을 살필 새 없이 진압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방인력 부족은 과거부터 계속 심각성이 제기돼왔던 문제로, 이번 사건을 두고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의 지난해 기준 법정 소방필요인력은 4,431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2,501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며, 사실상 현장안전점검관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영향으로 임무 무행 중 다치는 소방관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지난해 공상을 당한 소방관은 448명으로 4년 전보다 57.2% 늘었다.
순직자도 지난해까지 10년간 51명이 발생해 매년 5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겸임이 아닌 전임 현장안전점검관 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인력 확충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순직한 두 소방관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이 총리는 "소방관을 늘리고 혹사를 줄이겠다"며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세인데 소방관은 59세"라고 덧붙였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