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강원도 강릉에서 소방관 2명이 화재를 진압하던 도중 사망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을 끄던 소방관 2명이 정자 붕괴로 건물 잔해 등에 깔렸다.
이들 두 사람은 10여 분 만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었다.
이 같은 사고가 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방관이 희생될 때만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선 소방관들은 "누가 죽어야 관심을 받는다"라며 자조섞엔 말을 하기도 한다.
이에 이제라도 처우 개선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앞서고 있다.
강릉 소방관들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할 소방관들의 처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래의 항목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1. 부족한 소방 인력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역시 만성적인 소방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 내 소방인력은 2,612명으로 3교대를 위한 법정 필요인력 4,431명의 59%에 불과하다.
통상 소방공무원은 주간·야간·휴무를 반복하는 3교대 근무를 하는데, 부족한 인원으로 억지로 3교대를 돌리다 보니 사실상 2교대 시절보다 나아진 게 없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2022년까지 소방 인력을 2,018명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법정 필요인력 충원이 5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소리다.
2. 소방관에 대한 폭행 및 폭언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은 "전국의 소방관이 폭행·폭언을 당한 건수는 2012년 93건, 2013년 149건, 2014년 132건, 2015년 198건, 2016년 200건"이라고 밝혔다.
소방관 폭행 건수가 5년 사이 93건에서 20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관을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러나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고 변명하거나 선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3. 낮은 봉급
군필자 기준 초임 소방관은 소방사 3호봉을 적용받으며, 2017년 기준 지급액은 약 163만원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수당과 활동비 등을 포함한 실수령액은 불과 250~300만원 안팎이다.
실수령액은 정근수당과 정근수당 가산금, 시간외근무수당, 위험근무수당, 화재진화수당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중 위험근무 수당은 겨우 6만원, 화재진압수당은 8만원에 불과하다.
4. 소방 전문 병원 부재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전국의 소방관 10명 중 7명은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소방전문병원 설립 계획과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소방공무원 전문병원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그 때문에 소방관들은 경찰병원이나 일반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5. 화재 진압 도중 발생한 물적 손실 배상 문제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관의 구조 및 구급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물적 손실은 각 시·도가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으로 보상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재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이 불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할지를 법정에서 판결해야만 한다.
피해액이 소액일 경우 소방관이 청구인을 직접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합의를 부탁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해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한 소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1년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