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소방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석란정이 붕괴 위험에도 보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려다 사고를 당해 예견된 '인재'였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화재 진압 중 붕괴돼 소방관 두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석란정은 붕괴 위험 때문에 화재 전부터 주민들의 보강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석란정은 지난 1956년 지어진 목조 기와 정자로 높이 10m, 넓이 40㎡가량 규모의 건물이다.
이날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5년 12월 석란정 인근에 대형 호텔 공사가 시작된 이후 7~8m 옆에 자리한 석란정 외벽에 금이 가고 기울자 건물 보강을 수차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공사장 인근 건물 안전 진단을 요구했고, 이후 석란정 지붕에 천막을 설치하고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특히 최근에는 안전 등을 이유로 호텔 측과 석란정 소유주 등이 건물 이전 문제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화재 진화에 나섰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은 전날 밤 9시 45분경 발생한 화재에 이어 이날 새벽 3시 51분경 재발화 가 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후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마지막까지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내부로 진입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무너진 건물에 깔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진흙과 나무로 지어진 목조 건물이 어제 화재로 물을 많이 머금은 상태에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당국은 강릉의료원에 두 소방관의 빈소를 마련했으며 강원도지사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훈장 추서도 추진할 계획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