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히딩크 연락 온 적 없었다" 거짓말했다가 걸린 대한축구협회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던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히딩크 전 감독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청해 "한국 축구를 위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히딩크 전 감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여러 차례 한국에 있는 히딩크 재단을 통해 한국 감독직 수락 의사를 보였지만 별 반응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히딩크 전 감독은 "히딩크 재단 사람들을 통해 지난 여름에 대한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또 협회에서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감독이든 기술 자문이든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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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한국 감독직 수락 의사를 보인 이유에 대해 "축구를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며, 세 번째로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 축구에 큰 애정을 갖고 지난 6월부터 수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감독직 수락 의사를 내비쳐왔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으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히딩크 전 감독의 발언과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이 알려진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히딩크 측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 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히딩크 측과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 문자나 메시지로 주고받은 것도 없다. 만난 적도 없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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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전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번 논란은 '진실공방'으로 번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세졌다.


이에 김 위원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앞선 주장을 번복하는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같은날 언론을 통해 "히딩크 전 감독이 측근을 통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의향을 이미 6월에 전달했다"고 말하며 히딩크 전 감독의 측근인 노제호 히딩크 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서 노 총장은 김 위원장에게 "부회장님,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국대 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 진출시킬 감독 선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월드컵 본선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해서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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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히딩크 전 감독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면서 공석이 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에 관심이 있으며 월드컵 최종 예선 2경기 감독과 본선 때는 감독을 분리해 선임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카카오톡을 찾아보니 지난 6월 19일 히딩크 측 대리인의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땐 자신이 기술위원장이 아니라 뭐라 확답을 할 위치나 자격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메시지를 받은 1주일 후인 6월 26일에 기술위원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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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위원장은 "이걸 두고 히딩크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공식 제안한 것처럼 말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기술위원장이 되고서도 전체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후보로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해명을 두고 국내 축구팬들은 "김호곤은 거짓말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몇몇 팬들은 대한축구협회 전·현직 임원들이 억대 공금을 멋대로 빼돌려 쓴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는 뉴스를 공유하며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를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김호곤 위원장은 과거 히딩크 전 감독을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2003년,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히딩크 전 감독을 향해 "그XX", "돈만 아는 인간" 등의 독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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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히딩크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기술 고문이었고, 김 위원장은 "아인트호벤 21세 이하 팀과의 친선 경기가 무산된 것은 히딩크의 무성의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 고문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실망과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당시 히딩크 전 감독은 "비난한 것은 유감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히딩크 "축협에 한국 감독 맡겠다는 의사 밝혔다"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감독 부임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히딩크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만행'때아닌 '히딩크 부임설'이 축구계를 강타한 가운데 지난 2002년 출판된 히딩크 감독의 자서전 '마이웨이'에 실린 일화가 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