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아파트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난 여중생 어머니가 올린 호소글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주 학교폭력으로 인해 숨진 소중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사연이 올라왔다.
지난달 27일 A씨의 중학생 딸은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다가 자신이 사는 전주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다.
A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는 하늘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다"며 서두를 시작했다.
그녀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던 딸아이가 이 세상에 없다. 회사 다니는 엄마를 위해 가끔은 요리를 해놓고 기다리던 아이가 이제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날 아이가 떠나던 날 앰뷸런스 소리에 놀라 내려다본 화단에 아이가 누워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에 의하면 딸이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딸아이의 친구였던 B양은 그날 페이스북에 딸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B양의 남자친구와 딸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목격한 B양이 "쟤가 남자를 꼬시려고 그런다, 걸X 같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이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괴롭힘이 시작됐다. 밝기만 하던 A씨의 딸은 이후 여러 차례 자해와 자살기도를 이어갔다.
공황장애까지 생긴 딸은 A씨에게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20여 일 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은 딸은 차차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간 딸에게 아이들은 "정신 병원에 입원했었느냐"고 집요하게 캐물으며 다시 괴롭힘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한 학생에게 뺨을 맞는 등의 폭행도 있었다.
2차 학교폭력이었다.
아이는 결국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A씨에 의하면 딸이 떠난 후에도 딸을 괴롭히던 아이들은 "미쳐서 뛰어내렸다. 우리 때문이라면 우리들도 벌써 죽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희희낙락하기 바빴다.
A씨는 "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자고 가르쳤을까 싶다"며 "너를 더 사랑하고 타인이 너를 때리면 넌 더 강하게 그들을 짓밟으라고 가르치지 못한 어미는 이제야 목놓아 운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그녀는 글의 말미에 "청소년기 학교폭력은 자존감이 높은 아이여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이제라도 합당한 벌을 내려주어야 하늘에서 아이가 '세상 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A씨 딸이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학폭위를 열어 오는 18일 가해 추정 학생 5명을 회부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숨진 A씨 딸은 지난 3월 전문상담교사와의 상담에서 그동안 따돌림과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사실을 밝히려 했지만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학폭위를 미뤄왔다.
김소영 기자 so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