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두렵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
스무글자 남짓한 한 집배원의 유서에는 대한민국 집배원의 열악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 7일 비디오머그는 '어느 집배원의 유서'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죽음의 우체국'이라 불리는 집배원의 삶에 대해 다뤘다.
이달 5일 광주에 사는 53세 집배원 A씨는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달 전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가 크게 다쳤지만 우체국은 언제 출근할 거냐며 A씨를 압박해왔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물량이 밀려 있다며 아파도 출근하라는 무언의 협박이 A씨를 고통스럽게 했다.
결국 A씨는 번개탄 하나를 피운 채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우정사업본부가 배정한 집배원 배달 소요 표준시간을 살펴보면 일반우편물 2.1초, 등기 28초, 소포 30.7초다.
그 시간 내에 오토바이에서 내려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0.1초 단위까지 나눠 빡빡하게 짜여있는 집배원의 일과. 이를 토대로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업무 부하량을 산정해 인력을 배치했다.
당연히 인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만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격히 늘어난 물량에 허덕이던 집배원들은 잦은 야근과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쉼없이 일해야 했다.
그러던 중 21년 차 베테랑 집배원 곽모씨가 비상근무 중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고 만다.
집배원의 죽음은 이미 과거부터 계속돼왔다.
2017년 1월 18일 설날 교통사고로 사망한 집배원, 1월 31일 배달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집배원, 2월 6일 심근경색, 2월 28일 자살 등등 올해만 13명의 집배원이 세상을 떠났다.
집배원 1인당 하루 평균 배달 우편물은 1000건을 넘고 이를 모두 배송하기 위해선 하루에도 11~12시간씩 근무해야 한다.
그럼에도 쉬는 시간은 고작 15분. 점심 한 끼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는 집배원들은 오늘도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