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폭우에도, 아파도 배달해야"…올해만 집배원 13명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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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유족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집배원의 과로사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집배원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만 벌써 13번째 사망 소식이다.


지난 5일 서광주우체국 소속 이모 집배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고 적힌 유서를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집배노조 측은 고인이 한 달 전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었다며 "고인에게 업무로 복귀하라는 무리한 요구가 있었는지, 괴롭힘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앞서 지난 7월에도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던 20년 차 베테랑 집배원 故 원영호씨가 치료 중 끝내 사망했다.


그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힘들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에는 비 오는 날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한 가평우체국 소속 집배원 故 용환철씨가 다음날 새벽 출근했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주변 동료들은 고인이 전날 늦게까지 비를 맞으며 일을 했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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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약 70여 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올해는 반년이 막 지난 상황에서 벌써 14명의 집배원이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업무 중 교통사고, 심근경색, 자살 등이었다. 그들의 죽음 뒤에는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살인적인 중노동이 있다.


집배원 연평균 근로시간은 2,888시간으로 OECD 평균 1,766시간, 우리나라 평균 2,133시간보다 훨씬 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를 방증하듯 경찰관과 소방관을 제치고 공무원 과로사 직종 1위에 '집배원'이 올랐다.


또한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 시민이 뽑은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 2위, 산재 통계상 지난 10년간 최악의 살인기업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올해 살인기업 특별상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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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집배원들은 2015년 9월부터 토요일 택배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처음엔 희망자만 근무하도록 했지만 인원이 부족하자 대부분의 현장에서 '순번제'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주 5일이었던 노동시간은 자연스럽게 주 6일로 늘어났다. 매일 배달해야하는 우편물량은 1천통이 넘고, 하루에 13~14시간씩 근무하는 게 일상인 집배원들.


게다가 자신이 쉬면 동료가 더욱 고생하다 보니 연차나 휴가도 마음껏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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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일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282명을 증원해 근로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집배 노조 측은 실제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4천 5백명가량이 충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정부와 우정본부, 노조를 포함한 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돼 다양한 해법 모색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오는날 근무 후 다음날 쓰러진채 발견된 집배원 사망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어제(7일) 일한 뒤 퇴근했다가 오늘 새벽 사무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집배원이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아파도 출근하라" 독촉에 목숨 끊은 집배원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올해만 12명의 집배원이 과로 등의 이유로 사망해 '살인 노동'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배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