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우리 아이들은 혐오 시설이 아닙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장애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5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 3층 강당에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주민토론회에서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장애인 학생 부모 및 주민 측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참석했다.
찬성 쪽 발언자로 나선 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우리 아이들도 공부할 권리가 있다. 장애가 있든 없든 학교는 가야하지 않냐"고 말했다.
반대 측 주민들의 욕설과 야유가 쏟아지자 이 부대표는 "여러분이 욕하면 듣겠다. 모욕 주셔도 괜찮다. 지나가다 때려도 맞겠다. 아이들 공부만 시켜달라"고 호소했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 쪽 발언도 이어졌다. 한 발언자는 "강서구는 도시개발 하면서 저소득층을 한 곳으로 몰아넣은 곳"이라며 서울 도시계획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러다보니 어렵게 사는 장애인들이 많다. 여기에 장애인 학교를 지으면 장애인 밀집지역이 된다.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냐"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강서구에 특수학교인 '교남학교'가 있으며, 서울시내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도 8곳이나 있는데 왜 강서구에 짓냐고 반문했다.
방청석에서도 팽팽한 갈등이 오갔다. 찬성 쪽 주민들은 "우리 아이들은 혐오시설이 아니다"라고 울부짖었고, 반대쪽 주민들은 "조희연 교육감 집 앞에나 세우라"며 맞받아쳤다.
그러던 중 한 주민이 일어나 "학교가 지을 수 있도록 무릎이라도 꿇겠다"며 반대쪽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수십명의 장애 학생 부모님들이 앞으로 나와 함께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반대쪽 주민들은 "쇼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삿대질을 했다.
이어 반대 측 토론자들도 우르르 나와 장애 학생 학부모 앞에 무릎을 꿇으며 "우리 가양 2동 주민들도 살게 해달라. 우리 보고 죽으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결국 두 달 만에 열린 주민토론회는 찬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이 났다.
한편 현재 서울 시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만 2천여명이다. 하지만 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해 35%인 4천 4백명만이 특수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강서구와 서초구, 동부 지역 등 세 군데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번번이 설립이 무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 10년간 특수학교와 부동산 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특수학교가 집값네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집값이 높아진 경우도 있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