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소방청이 고가의 벤츠구급차 141대를 구입했지마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모두 폐차시킨 것으로 드러나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약 290억원을 들여 벤츠구급차 141대를 구입했다.
구입 당시 소방당국은 넓은 내부 공간, 다양한 구급 행위, 최첨단 영상장비를 활용한 화상진료 등의 이유를 들며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 최첨단 영상장비는 가동에만 5분 이상이 걸려 대략 10분 내외인 환자 이송시간에 화상진료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차체도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정도 큰 탓에 골목길이 많고 불법주정차가 심한 우리나라 도로 현실과 맞지 않았다.
게다가 부품값도 비싸 한 번 고장 날 때마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벤츠구급차는 일선 소방서에 배치됐지만 우리나라 구조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결국 주차장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 연한(차령 5년 또는 주행거리 12만km 이상)이 차면서 모두 폐차조치 됐다.
매체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 1대가 남아있으나 이마저도 폐차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국내 상황에 맞는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와 쏠라티 등을 구급차로 쓰고 있다.
소방당국이 제대로된 검증없이 고가의 소방장비를 구입했다가 무용지물로 만든 사례는 또 있다.
앞서 소방당국은 2008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1대당 1천억원에 달하는 소방헬기 두 대를 구입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물탱크 및 물대포를 구입하지 않아 사실상 화재진압용으로 한번도 사용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도 최근 소방청은 소방관들의 추가 임금수당 19억원은 지급 안하면서 1천억원 상당의 대형헬기 2대를 추가 구매한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방장비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자비를 들여 화재 장갑 등을 구매한다는 소방대원들.
여전히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정작 소방당국은 사전검증 없이 고가의 장비를 마구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소방당국의 행태는 전형적인 세금 낭비로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철저한 검증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