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브이아이피'가 개봉 이틀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브이아이피'는 전날 하루 동안 16만 53명 관객을 동원해 누적관객수 34만 1,555명을 기록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택시운전사'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영화 흥행과 달리 '브이아이피'는 현재 성적 범죄를 단순 느와르 장르로 포장했다는 비판과 함께 '별점 테러'를 받고 있다.
25일 네이버 영화 평점 순위를 보면 10점 만점에서 '별 1개'를 준 누리꾼들은 평점을 매긴 누리꾼 4,324명 가운데 32%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는 누리꾼들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누리꾼은 "별 1개도 아깝다"며 "성폭력을 소재로 신인 여배우 데리고 포르노 만들 생각 밖에 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행 트라우마 있으신 분들 절대 보시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모든 살인과 강간이 오로지 포르노로 소비되는 쓰레기만도 못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다른 누리꾼 역시 "느와르라더니 강간 범죄 포르노였다. 실망이다"고 평가절하했고 또 다른 누리꾼도 "열 받아서 2시간 동안 친구랑 영화 욕하다 왔다"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누리꾼들의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영화 '브이아이피' 속 등장하는 캐릭터와 극중 전개 때문이다.
극중 북한에서 내려온 고위 인사의 아들이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김광일 역을 맡은 이종석은 여성을 타겟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 초반 여성을 살해하는 이종석의 모습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길고 자세하게 나온다고 지적한다.
실제 영화 '브이아이피'에서는 여성 시체 역할을 맡은 신인 배우만 무려 9명이 될 정도로 살해 묘사가 너무 지나치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김광일의 악마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피투성이 나체인 여성이 등장하는가 하면 극중에서 여성들이 무참할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되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여자는 남자 캐릭터를 위한 성적 폭력의 대상이며 그저 남자 캐릭터의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냉철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한 캐릭터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한 여성을 무참하게 다루는 장면은 감독의 빈약한 상상력과 이 문제를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살인 수법 수위와 여성 캐릭터 논란이 커지자 박훈정 감독은 지난 24일 연예전문매체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피해자들과 같은 성별이 아니기에 더 고민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긴장을 더하려면 그런 장면이 연출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기에 표현의 수위와 불쾌하다거나 배려가 없다는 반응들에 대해선 당연히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또 "범죄영화를 만들 때 영화적인 리얼리티에 제한을 둬야 할지는 고민이 계속 된다"며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영화적 리얼리티를 위해 잔인하게 유린 당하고 살해당하는 장면이 꼭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영화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 여중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