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난적' 필리핀을 물리치고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4강에 진출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FIBA 랭킹 30위)은 17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필리핀(27위)을 118-86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 시절인 2013년 이후 4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다. 2015년엔 8강전에서 이란에 져 4강에 진출하지 못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에도 실패한 바 있다.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거두는 등 상승세를 타던 필리핀을 격파하며 신바람을 낸 한국은 이란(25위)과 20일 준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이날 한국은 필리핀과 1쿼터 엎치락뒤치락하다 2분가량을 남기고 최준용(SK)의 첫 3점포에 힘입어 18-16으로 역전한 이후 흐름을 이어갔다.
이어 김선형(SK)이 골 밑을 파고들어 레이업을 성공한 뒤 얻어낸 파울로 자유투까지 집어넣어 21-16으로 달아났다.
50초가량을 남기고선 이정현(KCC)이 3점 슛을 터뜨리고 절묘한 패스로 김종규(LG)의 앨리웁 슛까지 끌어내면서 한국은 26-18로 1쿼터를 마쳤다.
2쿼터 필리핀의 테렌스 로메오가 3점 슛 6개를 포함해 팀의 31점 중 22점을 몰아넣으며 '원맨쇼'를 펼치는 사이 한국은 이정현, 김선형, 오세근(KGC) 등이 고루 득점하며 맞불을 놔 10점 안팎의 리드를 유지했다.
김종규는 필리핀의 기세가 오를 법할 때 덩크슛 두 방으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후반 들어 지친 로메오가 턴오버를 연발했지만 한국은 김선형과 오세근이 공격을 주도하며 3쿼터 중반 77-55까지 도망갔다. 3쿼터 끝엔 86-62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전의를 상실한 필리핀을 상대로 한국은 4쿼터 초반 허웅과 이승현(이상 상무)이 3점포를 꽂아 92-64로 앞서나가면서 사실상 승기를 가져왔다. 필리핀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으나 승부의 추를 돌릴 수는 없었다.
2분여를 남기고는 박찬희(전자랜드)와 양홍석(중앙대)까지 3점포 대열에 가세하며 대승을 자축했다.
오세근이 22득점, 김선형이 21득점을 기록해 승리를 이끌었고, 김종규가 15점, 이승현이 14점을 보탰다.
한국은 또 이날 3점슛 21개를 던져 16개를 적중하는 놀라운 3점슛 성공률(76.2%)을 선보이며 필리핀의 혼을 쏙 빼놨다.
이날 한국의 3점슛 성공률은 2점 야투 성공률(62.2%)이나 자유투 성공률(63.6%)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이란이 개최국 레바논을 80-70으로 꺾고 4강에 진출, 한국과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이란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32·218㎝)가 혼자 23점, 20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이란은 2007년과 2009년,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던 중국을 따돌리고 우승한 나라로 2015년 대회 8강에서는 한국을 75-62로 제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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