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서울의 한 사립 고등학교 교사가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학생을 수십 때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 교육청 학생 인권 옹호관은 이 사건을 학생 인권 침해라고 판단,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사립고 학생 인권 침해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6일 서울시교육청 학생 인권 옹호관에 따르면 서울의 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여교사 A씨는 지난 6월 하교 중인 학생 B군을 교실로 불러 '생활지도'를 이유로 체벌을 했다.
A교사는 신문지 여러 겹을 말아 만든 막대기로 B군의 엉덩이 밑과 허벅지를 세 차례 걸쳐 최소 30대 때렸다.
이 체벌로 B군 몸에는 멍이 들었고 혈종과 부종이 나타났다. 또 앞쪽 허벅지에 생긴 혹 덩어리는 한 달 넘게 사라지지 않았다.
체벌 이후 A교사는 B군에게 4800자 분량의 반성문도 작성하게 했다. A교사의 지시로 V군은 자율 학습 시간이 끝나는 오후 10시까지 반성문을 쓰다가 귀가했다.
학생 인권 옹호관은 체벌과 반성문 작성 모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교사가 피해 학생에 대한 훈계를 목적으로 저지른 체벌일지라도 피해 학생의 물리적 및 심리적 피해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서울시 교육청 학생 인권 교육 센터의 안내에 따라 A교사와 피해 학생 B군을 분리 조치하고 아동 학대범 처벌 특례법 위반 혐의로 A교사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학생 인권 옹호관은 A교사를 비롯한 전 교직원 대상 학생 인권 연수를 시행하고 폭행 예방과 피해 학생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학교에 권고했다. 또 이번 일로 A교사가 담임교사 자리에서 배제되면서 대학 입시에서 피해를 우려하는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은 점을 고려해 학생·학부모 간 관계 회복 프로그램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학생 인권 옹호관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도 "사립 고등학교에서 발생하는 체벌 등 학생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조 교육감은 권고 수용 여부를 20일 내에 밝혀야 한다.
한편 학생 인권 센터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 인권 침해 권리 구제 절차를 진행한 상당수 사례가 사립고에서 발생했다.
올해 서울시 교육청에 학생 인권 침해 권리 구제를 요청한 사건의 82.2%는 사립학교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체벌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사건(20건)만 놓고 보면 90%(18건)가 사립고였다. 참고로 서울은 전체 고등학교의 62.9%가 사립이다.
이에 대해 학생 인권 옹호관은 "일부 사립고의 경우 학생들이 자발적 선택으로 입학했다는 점, 학생 또는 보호자와 (체벌 등에) 합의했다는 점, 법적으로 학교운영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 등을 들어 학생 인권침해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인권 옹호관에 따르면 A교사도 B군을 체벌하기 전 B군의 부모에게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