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취준생, 마음이 병드는 청년들
'자존감 도둑'. 수 년 전부터 청년들 사이에 회자되는 말인데요. 말 그대로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자존감을 끌어내리거나 앗아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 취업포털이 최근 취준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취준생 88.4%가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취준생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자존감 도둑’에는 기업 인사담당자 및 면접관, 동기·친구와 부모님 등이 있었는데요. 취준생이 꼽은 수많은 '자존감 도둑' 중 1위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일부 회사의 '모욕 면접', 부모의 핀잔 등이 취준생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취준생들은 특히 '지나온 내 노력이나 시간을 함부로 평가할 때' 가장 상처를 받았습니다.
지난 6월 청년층 실업률은 10.5%. 같은 달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인데요. 이렇다보니 타인의 취업 성공이나 행복이 취준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채질하기도 했습니다.(출처: 통계청)
면접 등 취업 준비중에 입는 마음의 상처는 회복할 길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취준생들은 '대응할 방법이 없어 그저 자존감에 흠집을 입는다'(38.8%)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끝모를 취업난 속에 계속 상처받은 이들의 정신건강도 위기상황입니다. 특히 20대 남성의 우울증 진료건수는 2010년 1만5천800명에서 2015년 2만2천200명으로 40% 넘게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청년들의 우울증 증가 원인에는 늘 취업 스트레스가 포함됩니다.
"20대 남성의 우울 장애 증가는 취업 고민, 스트레스, 불안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결합한 결과로 보입니다" -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교수
자기 자신조차 '자존감 도둑'이라는 취준생들. '아픈 청춘'이 계속되지 않기 위한 주변의 배려, 그리고 취업난 해소 등 궁극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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