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한때는 소녀였고, 꿈이 많았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아흔 살이 된 지금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가수로 데뷔한다.
지난 9일 JTBC 뉴스룸에는 긴 세월 동안 묻어뒀던 가수라는 꿈을 이루게 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13살 어린 소녀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엄하신 부모님 눈을 피해 여기저기 숨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 할머니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중 길 할머니는 돈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고 만다.
지옥 같았던 4년여의 세월 동안 길 할머니의 마음을 달래준 건 그저 노래 한 소절이었다.
길 할머니는 "외롭다든지 마음이 부족할 때는 괜히 쓸데없이 막 노래를 불렀다"며 "젊을 땐 이유 없이 사람을 꼬집을 때 있지 않냐. 그럴 때 나도 모르게 노래가 나왔다"고 말했다.
광복 후 길 할머니는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몸은 만신창이였고, 가족이 있는 평양으로 끝내 가지 못했다.
30대가 된 길 할머니는 늦은 나이에 입양한 아들을 키우며 늙는 줄도 모르고 벅찬 세월을 살아왔다.
평소 애창곡인 '한 많은 대동강'을 구성지게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고됐던 지난 세월의 한과 설움이 밀려오는 듯하다.
최근 길 할머니에게서 치매 증상이 보이자 주변 사람들은 서둘러 할머니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 음반 준비에 들어갔다.
음반에는 길 할머니가 평소 즐겨 부르는 15곡이 실렸으며, 발매된 음반의 이름은 '길원옥의 평화'다.
길 할머니는 세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오는 14일 서울 청계 광장 무대에서 정식으로 가수에 '데뷔'할 예정이다.
한편 음반은 저작권 문제가 있어 정식 판매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