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위안부 김모 할머니를 찾아 사죄하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한국에 왔습니다"
지난 8일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 역사관에 60대 일본인 남성이 찾아왔다.
그는 일본 후쿠오카현에 있는 병사·서민전쟁자료관의 부관장이자 일본군의 후손 다케도미 지카이씨였다.
이날 다케도미씨는 부산 역사관에 일본군 위안부의 사진 원본 1점과 일제강점기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 사진 사본 10여점, 조선인 학생들이 일본군에게 보낸 위문편지 원본 3점 등을 기증했다.
그의 기증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의 사진이었다. 다케도미씨는 사진 속 인물이 부산 출신에 '김XX'씨라고 설명했다.
이 사진은 다케도미씨 부친의 전우가 "반드시 김 할머니를 찾아가 과거의 잘못을 사죄해달라"는 유언과 함께 다케도미씨의 아버지에게 전한 것이다.
다케도미씨의 아버지는 21살부터 30살까지 일본군에 복무하며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에 참여했다.
해당 사진을 전했던 전우와는 일제강점기에 미얀마에 주둔한 일본군 야전사령부에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케도미씨의 아버지는 2002년 눈을 감으며 아들 다케도미씨에게 대신 김 할머니를 찾아가 사죄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다케도미씨는 2005년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소장 역시 일제강제동원 역사관에 김 할머니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여러 방면으로 김 할머니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태다.
이에 다케도미씨는 비록 김 할머니를 찾지 못했지만 공개사과 형식으로라도 사죄를 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다케도미씨는 "전쟁이라는 미명 하에 비인간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에 있는 사람들은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다. 깊은 반성도 없다. 어떻게 되겠지라며 과제를 미루고 해결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일본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고개 숙여 사과한 다케도미씨는 이날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도 찾아 거듭 사죄의 뜻을 표했다.
역사관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케도미씨 같은 증언은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귀중한 근거이자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관은 사진 속 인물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기증품 전시 계획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관 기관은 협조를 얻어 김 할머니의 행방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다케도미씨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부친이 설립한 '병사·서민전쟁자료관'에서 부관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