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여성이 고독사 직전 스팸 문자에 답장한 안타까운 사연이 누리꾼들에 의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4년 방송된 KBS '파노라마'를 캡처한 게시물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부산시에 위치한 영락공원 내에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묘지가 모여있는 곳이 있다.
이름도 없이 그저 번호로 표시된 이들 중 묘비명 42번은 죽기 전 부산시 수영구의 한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42번은 죽은 지 17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는데, 이웃 주민을 비롯해 근처 중국집 사장, 편의점 직원 등 누구도 42번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42번의 흔적을 끈질기게 쫓은 제작진은 한 내과 의사로부터 그녀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그녀가 배에 복수가 차는 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연제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그녀는 병을 앓는 동안 일을 하지 못해 월세가 3~4개월간 밀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녀는 당시 "온몸이 또다시 붉어지고 따갑고 간지럽다"며 "헛배가 차올라 며칠을 굶었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일기를 남겼다.
이어 "잠이라도 푹 잤으면"이라며 "잊자..잊자..서러워 말자"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그녀가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사교적인 성격을 가져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우수한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가출한 후 살아온 26년 인생의 끝자락에서 그녀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마음을 아프게 했다.
특히 그녀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 외로움과 고통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며칠 전 온 스팸 문자에 답장까지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파노라마 제작진이 지난 2013년 이러한 '고독사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한 해 동안 총 1,717건의 고독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4.7명, 5시간당 1명의 고독사가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지난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30만여 명 수준이었던 독거노인의 숫자는 오는 2035년경 34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고독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