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관리비 감축을 이유로 해고 위기에 처한 경비원 68명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8일 대전 전민동 엑스포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성명선씨는 경비원을 내쫓으려는 입주자대표 회의를 규탄하며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인사이트에 밝혔다.
성씨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 저녁 7시 입주자 대표 38명은 회의를 열고, 경비원의 정년을 현 '만 70세'에서 '만 67세'로 줄이겠다고 결정했다.
대신 내년부터 무인경비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경비원 임금이 오르면 관리비를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입주자 대표 38명이 내린 독단적 결정에 당장 오는 7월, 경비원 41명(1차 감축대상)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내년 10월과 12월 예정된 2, 3차 감축대상까지 포함하면 해고 대상 경비원은 60여 명이 훌쩍 넘는다.
갑작스러운 경비원 해고 소식에 주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주민은 "경비원 아저씨는 매일 아이들에게 학교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주고, 놀이터에 나와 있는 노인분들에게 '어르신 식사하셨냐'며 말을 건네주던 따뜻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푹푹 찌는 폭염에도 살을 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관리, 쓰레기 분리수거, 화단정리, 택배관리 등 주민의 편의를 위해 많은 일을 묵묵히 도맡아 하셨다"고 덧붙였다.
결국 주민들은 가족과 다름없었던 경비원의 해고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경지모(경비원 아저씨들을 지키는 모임)'를 만들어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경지모는 "연 7.3% 경비원 임금이 오른다고 해도 실제 가구당 추가부담은 월 2500원에 불과하다"며 "또한 대신 도입된다는 무인경비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입주민 안전과 관련한 중대한 안건을 주민 찬반투표도 없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건 입주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경지모는 자비를 들여 '경비원 감축안 철회'를 호소하는 편지를 제작해 각 입주민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또한 전민동 엑스포아파트 등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며, 길거리 반대서명 운동도 병행 중이다.
경지모는 "사람내음 나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경비원 아저씨들의 고용이 안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