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최순실 게이트에도 청와대 '꼭두각시' 자청한 공영방송 KBS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었다는 의혹들이 진실로 밝혀지고 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결국 박 대통령은 보기 드문 '대국민 사과'를 전파를 통해 흘려보냈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라는 핵폭탄이 우리 사회에 떨어진 상황에서도 유독 조용한 곳이 있다.


바로 국민의 방송 'KBS'가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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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한겨레가 처음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설립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


이후 각종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최순실 게이트'를 1면에 내세우며 집중 보도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에도 10월 19일까지 KBS가 최순실과 관련해 내놓은 기사는 겨우 6건. 이마저도 모두 '단신' 처리됐다.


최순실 파문이 급물살을 타자 KBS도 예전보다는 '긴' 시간을 할애해 보도에 나섰지만 대부분 종편 채널 기사를 받아쓰는데 그쳤다.


KBS 보도국 간부들은 최순실 논란에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지환 KBS 보도국장이 편집회의에서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것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냐"고 되물었을 정도니 말이다.


인사이트KBS


사실 KBS가 청와대의 '앵무새' 역할을 자청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KBS는 진도 체육관에 등장한 박 대통령을 조명하며 "실종자 가족들은 박수로 호응했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늦장 대처에 분노하며 울부짖던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은 방송 카메라에 담지도 않았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드 배치, 국정 교과서 등 굵직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KBS는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정권 '홍위병(紅衛兵)'으로 전락한 KBS의 위상이 비단 이번 박근혜 정권만의 문제일까.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KBS는 4대강 논란과 한미 FTA 반대 촛불 집회를 축소 보도해 청와대 '나팔수'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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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KBS는 왜 국민이 아닌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걸까. 그 이유는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BS의 '지배 구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KBS 사장은 여야 비율 7:4로 구성된 KBS 이사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을 결정하는 사람이 사실상 대통령이란 뜻이다.


게다가 이렇게 선임된 KBS 사장에겐 핵심 집행부를 꾸릴 권한이 주어진다. 실무 제작진까지 정부의 입맛대로 촘촘히 채워 넣을 수 있는 게 공영방송 KBS의 현실이다.


실제로 현 고대영 KBS 사장은 '근혜맨'이라 불렸다. 사장 후보 시절 KBS 직원들이 뽑은 최악의 사장 후보 '1위'(득표율 83.6%)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직원들의 거센 반대와 국회의 날선 비판에도 버젓이 공영방송 수장 자리에 앉았다.


그를 보면 KBS 사장 선임이 얼마나 '깜깜이'식으로 진행됐는지, '근혜맨'이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을지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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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공영방송의 '모범'이라 불리는 영국 BBC의 최고 의결기구 'BBC 트러스트'는 정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보장받는다.


무엇보다 '공정'함을 우선해야 한다는 그들의 확고한 신념이 정부와의 거리두기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정부 정책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공영방송 BBC의 독립성은 여전히 청와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KBS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에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장을 임명할 수 없는 구조가 확립돼야 비로소 '관영 방송'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다.


인사이트KBS


요즘 사람들은 "국민의 방송이라던 'KBS'가 어디로 사라졌냐"고 묻는다.


청와대 '꼭두각시'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추태에 국민들의 '상실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KBS 보도국이 놓친 것은 최순실 '특종'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