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소방차 교통사고 이력이 소방서 평가 항목에 포함돼있어 이에 부담을 느낀 소방관들이 자비로 수리비를 메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강원일보는 강원도 소방본부가 실시 중인 '교통사고 위험 경보제' 때문에 소방관들이 수리비를 떠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도소방본부는 '교통사고 위험 경보제'를 실시해 소방서별 교통사고 누적 횟수를 매달 점수로 발표한다.
해당 점수는 연말 우수 소방서 선정평가에도 반영되고 있어 소방서 입장에서 사고 보고를 꺼리거나 숨기는 경우가 빈번했다.
교통사고 횟수가 평가로 직결되다 보니 조직의 눈치를 보는 소방관들은 사고 내용이 기록으로 남는 보험처리 대신 자비로 수리비 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실제로 최근 구조 출동 중 작은 접촉사고를 낸 소방관 A씨는 '평가에 반영된다'는 상관의 말에 보험처리 없이 자기 돈을 들여 소방차를 수리했다.
소방관 B씨 역시 초임 시절 복귀하던 중 후미등을 깨트리는 바람에 스스로 부품을 구입해 교체했다,
B씨는 "본인 과실로 사고를 내면 소위 윗사람에게 찍힌다"며 "내 잘못으로 조직 전체가 불이익을 당한다고 하니 수리비를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도소방본부 측은 "교통사고 위험 경보제는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지 평가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에게 이중 부담을 안긴다는 논란이 거세지자 도소방본부 측은 20일 교통사고 누적 횟수를 소방서 기관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행 방식이 사고 예방을 위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만큼 평가제도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도소방본부 측은 각 소방서가 연간 약 4천만원을 들여 모든 소방차량에 대한 대인, 대물 보상 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변호사 선임비용 등 법률비용을 지원하는 보험까지 추가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